▷1999년 문인이 중심이 돼 결성된 맑은물사랑실천협의회(수석대표 김주영)의 물 문제 접근방식은 남다르다. 고발이나 감시 같은 활동이 아니라, 야외음악회 시낭송회 강연회 등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행사와 친환경적 농산물 소비 등과 같은 스스로의 실행을 강조한다. 문화예술을 매개체로 해 ‘맑은 물이 모든 강에 흐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협의회가 지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미술전시회 ‘물(水)전’도 그의 일환이다.
▷팔당호 주변 수질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진 이 전시회에는 회화 판화 설치 조각 영상에 걸쳐 70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협의회는 자연에 이끌려 팔당 상수원 지역에 이주한 예술인의 각성에서 출발했습니다. 상수원 보존의 당위성과 상수원 지역의 생존권이 엇갈리는 물 문제 현장에서 얻은 결론은 물리적 대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서적 변혁에서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미술전에도 출품한 작가의 절반 정도가 상수원 지역에 거주하는 화가들입니다.” 소설가 백시종 이사의 말이다.
▷문화예술인의 물 문제 해법은 상수원지역과 물 소비지역의 갈등을 푸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소비지역에서는 상수원지역을 물을 더럽히기만 하는 곳으로 보고 규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오염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수질개선의 주체가 될 수도 있는 상수원지역의 시각은 다르다. 물 낭비와 합성세제 남용 등에 대한 자제가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물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해결이 가능하다. ‘물(水)전’의 의도도 그것일 게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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