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타윌군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만나 팔레스타인 청년 타윌군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이스라엘인에게 경종을 울리게 된 이유와 과정을 취재해 9일 보도했다.
타윌군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 살면서 인근의 ‘비르 자이트’대 전기공학과 2학년에 재학중이었다. 집안에 대학생이 드물기 때문에 그는 가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기대주였다. 타윌군을 예의바르고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그가 하마스의 자살폭탄조였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타윌군의 아버지 후세인은 아들이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에 가담한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공산당원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에 참여했던 후세인은 아들이 또래들처럼 마약이나 춤에 빠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라말라의 10대들은 모두 이슬람 녹색깃발 아래 모여 시위를 벌이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에 하마스에 가담한 것이 크게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후세인은 지난달 28일 아들이 비디오테이프에 남긴 마지막 육성을 듣고는 그가 ‘진짜 투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테이프 속의 인물은 아들이 분명했지만 말이나 행동은 너무나 낯설었다. 후세인은 아들이 최근 말수가 줄고 밖에도 잘 안나가 공부하는 줄만 알았다며 “나만의 기대였다”고 허탈해했다. 그는 아들이 지난해 시위에 참가했을 때 총탄이 몸에 스치며 다친 뒤 돌멩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마스 단원들은 지난주 이스라엘측이 타윌군의 시신을 돌려주지 않자 빈 관을 메고 과격시위를 벌였다. 장례식에 참석한 후세인은 마을 밖 이스라엘군 초소로 몰려가려는 타윌군 또래의 젊은이들을 극구 말렸다. 그들 역시 귀한 아들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척들은 모범생 타윌군이 과격해진 것은 외삼촌 자말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타윌군은 하마스의 라말라 지부장인 자말씨와 자주 만나 토론을 즐겼다는 것. 자말씨는 “폭탄조는 극비사항이어서 나도 몰랐다”면서도 “자살폭탄만큼 이스라엘인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없다”고 자살폭탄을 옹호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유혈사태는 타윌군 같이 몸을 던지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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