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베니스의 상인' 셰익스피어 연극의 정수 맛본다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58분


◇권성덕 18년만에 '샤일록'역, 채윤일씨 연출 맡아 눈길◇

“살점은 도려내되 피는 한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복수를 좌절시킨 명 판결이다.

서울시극단(단장 이태주)이 셰익스피어 원작의 ‘베니스…’를 12일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연극은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가 아름다운 포샤에게 구혼하는 친구 바사니오를 돕기 위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면서 시작된다. 돈을 갚을 수 없으면 살 1파운드를 제공한다는 계약을 중심으로 주인공 사이의 사랑과 우정이 그려진다.

◇18년만의 샤일록, 권성덕◇ 지난해 어린이극 ‘할아버지의 호주머니’로 환갑 기념 공연을 가진 관록의 배우 권성덕이 샤일록으로 등장한다. 83년 극단 ‘현대극장’이후 18년만에 같은 배역을 맡게 됐다.

“당시에는 손숙씨가 포샤로, 유인촌씨가 바사니오로 출연했습니다. 그땐 좀 어렸죠. 이번 무대에서는 뭘 좀 알고 해야지요.”

연기 경력 40년을 맞는 그는 특유의 덤덤한 웃음으로 샤일록과의 ‘재회’ 소감을 털어놓았다.

어떤 샤일록일까?

“아무래도 내가 맡은 배역이라서 애착이 생깁니다. 샤일록은 무조건 피를 보고야 말겠다는 단순한 악인은 아닙니다. 기독교 중심의 사회에서 유태인에 대한 편견이 깔려 있습니다. 원작을 살리면서 ‘샤일록을 위한 변명’도 할 생각입니다.”

“연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그는 “올해 제 나이가 61세이기 때문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어울리도록 파워풀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채윤일과 셰익스피어◇ ‘카덴자’ ‘산씻김’ 등 잔혹극으로 유명한 채윤일이 연출을 맡은 점이 눈길을 끈다. 30년 가까운 그의 연출 경력에서 셰익스피어극 연출은 이번이 두 번째.

채윤일은 “대사를 요즘 정서에 맞게 수정하고 시각적인 요소를 강화한 것을 빼고는 원작에 충실했다”며 “새로운 해석이 필요없을 만큼 셰익스피어는 그 자체로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소나무 집 여인아’ ‘사랑이 없으면 여자도 없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인 여배우 김혜옥이 포샤역을 맡았다. 곽동철과 김종철이 각각 바사니오와 안토니오로 출연한다. 셰익스피어 전공 영문학자인 이태주 단장이 직접 번역을 맡았다.

◇23일 전좌석 5000원등 셰익스피어 탄생 이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년)의 탄생 437주년이 되는 4월 23일 특별 이벤트가 마련된다.

이날 공연은 전 좌석의 요금이 5000원으로 할인되며, 생일을 맞은 관람객 가운데 신분증을 지참한 100명은 선착순으로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공연기간 세종문화회관 소극장 로비에서는 영국문화원 후원과 교보문고 협찬으로 ‘셰익스피어 북 페어’가 열린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옛 서적과 신간도서, 공연 비디오 등이 전시, 판매된다.

서울시극단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정계, 재계 등 각계 인사 1000명을 초청하는 ‘연극 보기’ 운동도 벌인다.

본인이 좋아하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명 대사를 찾아 e메일을 통해 이유와 느낌을 작성해 보내면 30명을 뽑아 S석 공연 입장권 2매를 보내준다. ID는 2001venice@hanmail.net

공연은 29일까지 월∼목 오후7시반, 금토 오후3시 7시반, 일 오후3시. 1만∼1만5000원. 02―399―1647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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