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프리뷰]4월 첫째주(4월 2일 - 4월 8일)

  • 입력 2001년 4월 10일 19시 35분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메이저리그가 개막됐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최고 몸값 기록, 일본의 슈퍼스타 이치로의 메이저 진출 등 풍성한 화제거리를 양산한 스토브리그를 뒤로 하고 각팀들은 팀전력을 정비하며 올시즌 메이저리그 정상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푸에리토리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문을 열기 시작한 메이저리그는 노모 히데오, 스즈키 이치로 등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 새로운 구장의 개장, 슈퍼스타들의 부상 소식 등 개막 첫주부터 수많은 볼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코리아 특급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8년만에 개막전 선발 등판의 영광을 안았고 핵잠수함 김병현도 현란한 삼진쇼를 선보이는 등 한국 출신 선수들도 변함없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빅리그 진출을 기대했던 보스턴의 김선우, 이상훈 시카고 컵스의 최희섭 등 다른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 진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4월 첫째주 메이저리그를 정리해 보자.

▼1. 푸에리토리코 개막전▼

올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린 곳은 푸에리토리코 산후안 히람비손 스타디움. 99시즌 멕시코 그리고 지난 시즌 일본 도쿄에 이어 3년째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리고 있다.

이것은 메이저리그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는 미국의 전략적인 의도가 다분히 숨어있기는 하지만 이런 의도와는 관계없이 경기장 좌석을 가득 메운 푸에리토리코 국민들의 열기는 미국을 능가할만큼 대단했다.

개막전에 나서는 팀들은 텍사스 레인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에는 이반 로드리게스, 토론토에는 카를로스 델가도는 모국에서 자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최고 몸값을 받고 텍사스로 이적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국적에 관계없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과는 선발 투수 에스테반 로아이자가 역투를 펼친 토론토의 압승. 많은 관심을 모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첫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내며 기선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무안타에 그쳤고 수비에서는 에러를 범하는 등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지 못해 실망감을 안겨다 주었다.

▼2. 슈퍼스타들, 부상에 운다▼

캐빈 브라운, 그렉 매덕스, 노마 가르시아파라, 캔 그리피 주니어, 데릭 지터.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누군지 알 수 있을만큼 슈퍼스타로 불리우는 선수들이다. 올시즌에도 각팀 전력의 핵심으로 대단한 활약을 기대받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개막전에서는 볼 수 없었다.

캐빈 브라운은 15일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면서 개막전 선발 자리를 박찬호에게 양보했고 매덕스는 발톱 부분에 미세한 부상을 당하며 역시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할 수 없었다. 캔 그리피 주니어는 시범경기때 당한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서 빠졌고 데릭 지터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개막전에 출전할 수 없었다.

가장 심각한 부상을 당한 것은 노마 가르시아파라. 가르시아파라는 팀이 개막전을 치르던 날 병원에서 손목 수술을 받고 있었다. 가르시아파라는 이 수술로 인해 최소한 10주에서 4개월 이상은 경기에 출장할 수 없게 됐다. 가르시아파라의 결장으로 보스턴은 팀전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게 됐다.

이밖에 재기를 노리던 애틀란타의 존 스몰츠와 애리조나의 토드 스톨트마이어, 피츠버그의 에이스 투수 크리스 벤슨도 역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소속팀의 감독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3. 이치로 돌풍▼

일본인 최초이자 동양인 최초로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치로는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대활약을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치로의 지난 주 성적은 5게임에 출장해서 타율 0.417(24타수 10안타), 1홈런, 2타점, 6득점. 이렇듯 외형상의 기록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이치로의 존재가 돋보이는 것은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터져나오는 그의 안타들이다.

오클랜드와의 개막전(5타수 2안타)에서 결정적인 번트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어낸 것을 비롯 지난 7일(한국시간) 텍사스와의 경기에서는 연장 10회 결승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해결사로서의 면도도 과시하고 있다.

이런 이치로의 맹활약으로 인해 시애틀은 지난주 4승 1패의 호성적을 작성하며 지구 선두를 질지하고 있다. 특히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이탈로 인한 타선의 공백을 이치로가 훌륭히 메꿔주면서 시애틀은 전력약화를 우려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하고 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섣부른 예측을 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적응해가고 있는 이치로이기에 앞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4. 마이크 햄튼과 쿠어스필드▼

'쿠어스필드, 별것 아니네'

지난 스토브리그 때 최고 투수 몸값을 받고 콜로라도로 이적한 마이크 햄튼. 햄튼은 쿠어스필드에서의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아마도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만큼 햄튼의 첫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짐 에드먼즈, 마크 맥과이어가 버티고 있는 강팀 세인트루이스를 맞아 8.1이닝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눈부신 역투를 선보였다. 특히 자신의 주무기인 컷 패스트볼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하며 무려 13개의 내야땅볼을 유도해 낸 점은 쿠어스필드의 희박한 공기량을 극복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은 체 일주일이 가지 않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지난 7일(한국시간) 만만한 상대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첫등판의 기세를 이어가려던 햄튼은 록키산의 심술에 혼쭐이 나며 쿠어스필드의 벽을 새삼 실감해야만 했다. 5이닝동안 11개의 안타를 얻어맞고 9실점. 경기가 치열한 타격전으로 전개되 패전투수가 되지는 않았지만 첫등판

'투스들의 천국'인 세이 스타디움을 벗어나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필도에 제발로 걸어온 햄튼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5. 노모 히데오 - 노히트 노런 기록▼

올시즌 새롭게 보스턴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시즌 첫등판에서 노히트 노런의 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 전에 선발등판한 노모는 9이닝동안 단 3개의 볼넷만을 허용하고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눈부신 피칭으로 생애 두번째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노모는 LA 다저스 시절인 지난 1996년 콜로라도 전에서 생애 첫번째 노히트 노런 기록을 수립한데 이어 5년만에 다시 이와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이로서 노모는 사이 영, 짐 보닝, 놀란 라이언에 이어 메이저리그 역사상 4번째로 양대리그에서 모두 노히트 노런을 작성한 투수로 기록됐다.

더구나 보스턴 투수로는 지난 1965년 데이브 모어헤더 이후 36년만의 일이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개막 후 가장 빠른시일(시즌 2번째 경기)에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는 영광까지 누리게 됐다.

이번 노히트 노런 기록은 노모 개인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95년 다저스 입단 이후 포크볼을 앞세워 토네이도 돌풍을 일으킨 노모였으나 98년 이후에는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밀워키 브루어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 여러 팀들을 전전하며 저니맨 신세로 전락해야 했다.

지난 시즌에도 디트로이트에서 8승 12패의 부진한 성적을 올린 뒤 방출당하며 보스턴으로 이적했기에 이번의 노히트 노런은 노모에게 있어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6. 4월 두째주 프리뷰▼

지난주 4-5경기 정도를 치르며 탐색전을 끝낸 팀들은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간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미네소타나 몬트리올 같이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팀들이 선전을 펼치고 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나 뉴욕 메츠는 예상외의 부진에 빠져 하루빨리

이번주에도 각 지구별로 라이벌 팀들의 맞대결이 펼쳐져 팬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는 뉴욕 메츠가 애틀란타를 홈으로 불러들여 3연전을 펼치고 LA 다저스와 애리조나도 뱅크원 볼 파크에서 3연전에 돌입한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중부지구의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화이트삭스, 서부 지구에서는 오클랜드와 시애틀이 개막전에 이어 다시 라이벌 전을 펼친다.

이렇듯 라이벌전이 여러곳에서 펼쳐지지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보스턴과 뉴욕 양키즈가 맞붙는 동부지구 경기 일정이다. 양팀은 이번주 토요일(한국시간)부터 보스턴의 홈구장인 팬웨이 파크에서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일요일 샌프란시스코 전의 승리로 시즌 2승째를 달성한 코리아 특급 박찬호는 오는 14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상대로 시즌 3승째에 도전한다. 고질적인 컨트롤 불안의 기미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박찬호이기에 이번 샌디에이고 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dream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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