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당신은 닭? 곰?..월가투자심리 동물에 비유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37분


미국 월가에서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곧잘 동물에 비유한다. 200여년간의 증시 역사에서 걸러진 재치와 나름의 투자관이 배어 있는 절묘한 표현이 적지 않다.

가장 흔한 것이 황소(bull)와 곰(bear). 어지간하면 ‘주가는 오른다’고 보는 낙관론자와 툭하면 ‘주가는 빠질 것’이라고 말하는 비관론자를 각각 일컫는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게 ‘겁쟁이 투자자’를 빗댄 닭(chicken). 닭은 다시 ‘불나방 같은 닭(Moth―chicken)’과 ‘어린 양 같은 닭(Lamb―chicken)’으로 나뉜다. 전자는 시장흐름이나 업종전망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저 그때 그때의 주가 움직임만 보고 오를 것 같으면 냅다 사들이고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팔아치운다. 데이트레이더중 상당수가 이런 행태를 보인다. 어린 양 같은 닭은 여간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항상 징 치고 막 내리기 직전에야 손을 댔다가 그만 상투를 잡고 만다.

기세 좋게 오르던 주가가 급락하면 돼지(pig)들의 신음소리가 커진다. 눈썰미가 좋아 될성부른 종목을 남보다 먼저 잡지만 ‘더 먹겠다’는 욕심에 이익실현 타이밍을 놓치는 투자자들.

기술주 폭락은 타조(ostrich)족을 양산했다. 믿었던 기술주 주가가 10분의 1로 토막나는 잔인한 현실을 잊기 위해 모래에 머리를 파묻고 “그래도 아마존과 시스코(시스코시스템스)는 좋은 회사야”하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고집불통의 투자자들이다. 기술주 붕괴는 또한 상어떼(sharks·벤처 사기꾼)의 종말과 독수리(vulture·망한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사람)의 비상을 뜻했다. 기술주의 대안으로 낙폭과대 우량주만 물고늘어지는 투자자들은 ‘개(Dogs)’로 불린다. 절대로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업종대표주인 고릴라(gorilla)만 노리는 이들도 있다.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어린 양들(lambs·선량하고 잘 속는 소액투자자들)은 노새(mules·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는 투자자)가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때를 기다려 통속의 물고기(fish in a barrel·싸게 잡을 수 있는 유망종목)를 낚을 수 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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