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방송을 처음 탔던 것은 고3 때인 89년이었다. 나는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쟈니윤씨의 흉내를 썩 잘 냈다.
그런데 어떻게 내 소문을 들었는지 당시 <자니윤쇼>의 PD였던 이남기 SBS 보도본부장이 내가 다니던 안양예고를 찾아와 출연을 권했다. <쟈니윤쇼>에서 쟈니윤씨 흉내를 냈던 것이 나의 사실상 첫 방송무대였던 셈이다.
데뷔 후 ‘하회탈’ 흉내를 내면서 약간 웃긴 것 외에는 나는 줄곧 무명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서세원 선배님 밑으로 들어가 무작정 쫓아다녔다.
가방도 대신 들고 다니고, 커피 뽑아오고,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뛰어가 사오고…. 거의 2년을 매일 쫓아다니며 수발을 들다보니 웃기는 법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후 SBS에서 오락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했던 최양락, 전유성 선배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최양락 선배님은 ‘천금같은 말 한마디’로 나를 바꿔놓았다. 그 말은 “네 또래 남자가 이해할 수 있는 개그를 해라”는 한마디였다.
당시 나는 귀걸이에 머리 염색으로 요란하게 꾸미고 다녔다. 하지만 내가 웃겨야 할 대상인 시청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분들 아닌가. 내 또래 남자들 가운데 희한한 옷차림에 유행만 좇으며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최양락선배의 한마디에 나는 진지하게 ‘상식적인 웃음’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그 말은 내가 방송을 하면서 늘 가슴깊이 새겨두고 있으며 이제 막 데뷔하는 후배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