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우(23)와 박경규(24). '스타플레이어'와 '연습생'이란 서로 다른 딱지가 붙은채 출발했지만 올해 모두 부상악몽을 떨쳐내고 녹색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수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닮은꼴'이다.
'꾀돌이' 이관우는 지난해 드래프로 1순위로 '대졸 신인 최대어'란 찬사를 들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됨은 물론 올림픽대표의 최고 공격형미드필더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4월5일 아시안컵축구 6조예선 라오스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오른쪽 발목인대 파열이란 중상을 입으면서 그의 '장밋빛 꿈'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시드니축구는 TV로 지켜봤고 수술과 재활치료를 거듭하며 후반기에 K리그에 출전했지만 12경기에서 1골 1도움이 고작이었다.
그런 그가 올시즌들어 완전히 옛모습을 되찾았다. 3월25일 아디다스컵 개막전에서 시즌 첫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뒤 4경기에서 3골이나 잡아내는 골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를 곁들여 노련하게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도 1년전과 똑같다.
박경규의 '성공시대'는 더 극적이다. 박경규는 마산 창신고시절 18세이하 청소년대표까지 지냈던 '잘나가던' 선수. 지금 같이 뛰고 있는 이관우를 포함해 고종수 양현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볼을 찼다. 하지만 연세대시절 발목부상을 당하며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부상 때문에 이렇다할 활약을 못하자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떤 구단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우여곡절 끝에 연습생으로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 연봉 960만원. 하지만 축구를 하고 있다는 자체로 즐거웠다. 이를 악물고 1년 동안 땀을 흘렸다. 그리고 박경규는 4일 부천 SK전에서 후반 44분 이관우대신 들어가 연장 전반 6분 골든골을 낚았고 8일 전북 현대모터스전에서도 교체투입돼 연장 후반 7분 또다시 골든골을 잡아내 '대전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