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안락사' 도입 논란…의협, '회복불능환자 치료중단' 지침마련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32분


대한의사협회는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의 경우 환자나 가족의 요구 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사윤리지침’을 마련해 이달 중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환자측이 치료를 원하는데 의사가 진료를 중단할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커 의협의 지침안 중 일부는 관련 법규가 제정 또는 개정된 뒤에야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의사협회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가족 등이 진료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할 경우 의사가 받아들이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윤리지침안을 마련했으며 관련법의 제정 개정을 요구키로 했다. 이는 현재 의료계와 법학자들 사이에 ‘소극적 안락사(安樂死)’로 불리는 행위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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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지침안은 ‘의사의 충분한 설명과 설득 후에도 환자나 가족 등이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무익하거나 무용한 진료를 요구할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재천(崔載千)변호사는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나 보호자의 자율적 판단을 가장 중요시하는데 이 조항의 경우 이를 침해할 소지가 커서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협은 약물 투여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숨지게 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금지키로 했다.

의협은 세계적으로 환자의 고통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추세인데다 국내에서 이를 원하는 환자와 가족이 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안락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강해 환자나 가족의 요구에 따라 안락사를 허용했다가 형사처벌을 받는 어려움을 피해보자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송상근·이성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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