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틀째인 6일 오전 9시. 20여대의 전세버스가 동양인 관람객을 토해낸다. 가구업체의 디자이너와 아파트 설계담당, 인테리어업자 등이 관심 분야별로 가구를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쓸어담듯 카탈로그를 ‘사냥’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디자인 강국인 이탈리아와 독일 업체들은 출품작의 디자인이나 소재와 관련된 정보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했다. 하지만 동양계 ‘디자인 파파라치’들의 ‘노고’도 만만치 않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곧바로 경비경찰이 쫓아왔다.
“동양인 관람객들은 가구를 사지 않고 디자인만 ‘도둑질’해 갑니다.”
“우리는 전시된 가구를 실용화하는 데 2년 정도 걸리는데 동양인들은 몇 개월이면 ‘뚝딱’ 만들어내요.”
한 중국인 관람객은 전시된 가구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박람회 경비경찰에게 필름을 빼앗겼다. 일본인 관람객은 줄자를 들고 제품의 크기를 재려다 혼쭐이 났다.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성 없는 디자인 전쟁’의 실상이다.
<밀라노〓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