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좋은 아파트 고르기 "서비스공간 활용도 따져보세요"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38분


“그동안 제가 팔아준 아파트를 다 합치면 웬만한 신도시 하나 분량은 너끈할 걸요?”

가녀린 체구에 나긋나긋한 말투, 부드러운 외모. 어디에도 그녀가 1년에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억척스러운’ 사업가임을 짐작케 하는 구석은 없었다.

도우미 에이전시 ‘베스트컴’을 운영하는 금혜란씨(30). 금씨는 ‘사장’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 꼭 필요하다면 ‘도우미 에이전트’로 써달라고 부탁했다. 도우미 에이전트란 행사장이나 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을 맞는 도우미를 공급하는 직업.

지난해 ‘롯데 캐슬’, ‘두산 제니스’, ‘삼성 로얄팰리스’ 등 굵직한 분양 프로젝트를 도맡아 매출 3억원을 기록했다. 화제의 분당신도시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도 금씨의 손을 거쳐간 작품.

금씨가 이 길로 들어선 것은 대학 2학년 때인 92년.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했다가 94년에는 부모님께 창업자금 10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차렸다. 2, 3년간 도우미생활을 하면서 알아둔 친구들을 하나 둘 불러모았다. 대학 게시판에 모집공고를 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형성한 도우미 네트워크가 약 1000명. ‘직할부대’격인 정예멤버도 100명을 헤아린다. 업계에서는 소문난 마당발로 통한다.

“비결요? 친언니처럼 도우미들을 대하기 때문 아닐까요?”

하지만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이 전하는 금씨의 성공비결은 철저한 ‘사람관리’. 한 번이라도 함께 일한 도우미는 잊는 법이 없다. 특성과 적성을 컴퓨터에 입력해놓는다.

건설업체들이 도우미를 보내달라고 의뢰하면 입력해둔 정보를 들여다보며 ‘인선’을 마친 뒤 사전 교육작업에 들어간다. 예절교육부터 최종 리허설까지 금씨의 OK사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도우미들은 며칠씩 밤샘도 각오해야 한다. 교육에만 최소한 1주일을 투자한다.

“적어도 분양을 돕는 동안에는 ‘나는 이 건설회사 직원이다’라고 생각하도록 가르쳐요. 고객들의 질문에 하나라도 대답할 수 없다면 ‘프로’가 아니죠.”

도우미를 쓰는 건설업체도 많이 달라졌단다. “옛날에는 얼굴 예쁘고 늘씬하면 무사통과였지만 이젠 지성까지 겸비한 도우미를 선호해요. 까다로운 회사는 몇 차례나 직접 도우미 면접을 합니다.”모델하우스를 찾은 중년 고객들이 “며느리 삼고 싶다”며 연락처를 물어갈 때면 분양성공을 직감한다. 이 분야에서 성공의 관건인 가족 같은 편안함과 친절함을 충분히 느꼈다는 얘기이기 때문.

아파트라면 누구보다도 많이 봤다고 자부하는 금씨가 소개하는 ‘좋은 아파트 고르는 법’ 몇 가지.

입지여건과 시공회사는 기본이다. 산과 강이 가까워 이른바 ‘조망권’이 좋고, 아파트를 짓는 회사도 중간에 부도나는 일이 없도록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 전용률(분양면적에 대한 전용면적 비율)도 이젠 웬만하면 다 챙긴다. 같은 값이면 전용률이 높아야 배타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

요새는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발코니, 다용도실 등 서비스면적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아파트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란다.

5월에 오랫동안 사귀어 온 남자와 결혼하는 금씨. ‘아파트 박사’에 어엿한 사장이지만 신혼살림은 서울 반포동 전셋집이다.

“남편될 사람이 아직 군대를 안갔거든요. 제대한 뒤에 살 멋진 아파트를 지금부터 천천히 골라볼 거예요.”물론 결혼하고서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저 일이 좋아서, 사람 만나는 게 좋아서 하는 거죠. 도우미 업계의 ‘큰언니’에서 ‘대모(代母)’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일할 겁니다.”

<정경준·김수경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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