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주요 쟁점 타결이 두 은행을 비롯한 은행주 주가의 추세 상승을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10월말로 예정된 합병 기일까지 돌발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전세계적인 경기 악화와 현대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두 은행 주가 전망〓합병 비율과 실제 주가 비율간의 차이는 재정 거래에 의해 결국은 사라질 전망. ‘둘 중 어느 주식을 사야 할까’하는 고민은 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지금이라도 두 은행 주식을 사는 게 좋은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재료가 하루 이틀간은 주가를 많이 끌어올리겠지만 그 이상의 효과는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론 매수청구가격과 주가간의 차이를 눈여겨볼 만하다. 두 은행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무조건 사줘야 한다. 주가가 매수청구가격보다 낮다면 한번 투자해 볼 만한 것. 매수청구가는 합병 승인 이사회의 전날 기준 1주일, 1개월, 2개월 전의 주가를 거래량 기준으로 가중평균해서 결정한다. 동양증권 유재철과장은 “12일 이사회가 있었다고 가정하면 매수청구가는 주택 2만2100원, 국민 1만4060원으로 청구권 행사의 실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길게 본다면 다음달 중 발표될 예정인 현대건설 자산 실사 결과가 두 은행 주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0월말 현재 현대건설에 대한 여신은 국민 1414억원, 주택 906억원. 거의 대부분 정상과 요주의로 분류돼 있다. 서울증권 여인택선임연구원은 “두 은행의 여신 부실화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합병 비율에 대한 잡음이 재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이준재연구위원은 “현대건설과 현대전자에 대한 여신은 1조원가량이나 두 은행의 올해 순익이 최소 3조원은 돼서 현대 여신이 전부 부실화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
애널리스트들은 늦어도 8월까지 내정될 예정인 합병은행장이 누가 될지도 큰 변수로 꼽는다. 합병의 성패를 가늠할 조직 융합과 향후 영업 전략이 행장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
▽은행주는 여전히 오리무중〓경기 악화에 따라 대규모 기업 여신이 부실화할 우려가 여전히 높기 때문. 여연구위원에 따르면 거래소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 중 작년 4·4분기 부채 규모가 전분기보다 줄어든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3개밖에 없다. 금리와 환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앞으로 상당 기간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이런 경기 악화 우려가 전세계 증시에서 금융주 약세로 반영되고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연구위원은 “기술주의 대안으로 지목받으면서 작년말부터 급등했던 금융주가 올 2월부터 약세로 급전환했다”면서 “최근 미국 은행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는 등 대내외 여건상 금융주가 주목받기에는 아직은 이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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