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첨단무기라도 토양과 조건에 따라서 그 효용성은 크게 달라진다. 거꾸로 말하면 케케묵은 구식 무기로도 얼마든지 적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난한’ 북한도 이런 면을 최대한 활용한다. 예컨대 10만여명에 달하는 북한의 특수전 요원들은 후방침투 훈련 때 AN2기를 탄다. AN2기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고물이지만 초저공, 초저속 비행이 가능해 상대방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특수 8군단 산하에 ‘자전거 부대’를 창설했다는 소식도 있다.
▷요즘 첨단무기를 도입하는 이른바 ‘Ⅹ프로젝트’를 놓고 정부가 중간점검을 한다는 등 말이 많다. 차세대 전투기 등 4개 부문에 자그마치 10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니 그럴 만도 하겠다. 하지만 한반도 지형조건에서 그런 무기들의 효용가치를 과연 얼마나 꼼꼼하게 따져봤는지 우리 군 당국자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새 것’ 욕심에 눈이 어두워 무작정 덤벼드는 면은 없는지 하는 노파심이 든다.
▷예를 들어 차기 유도무기의 0순위 후보로는 패트리어트 PAC3가 올라 있다. 패트리어트는 이른바 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그런데 한반도처럼 종심(縱深)이 짧은 조건에서 패트리어트가 북한의 스커드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긴 미국의 첨단 군용기 개발팀의 비화를 담은 ‘스컹크워크스(Skunkworks)’라는 책에는 이런 농담(?)도 나온다. ‘미사일(missile)은 원래 히트(hit)보다는 미스(miss)가 훨씬 많다. 그래서 히틀(hittle)이 아니라 미사일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송문홍논설위원>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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