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제2기 히딩크사단 '출범'

  • 입력 2001년 4월 12일 19시 01분


‘강한 체력과 과감한 공격만이 살 길.’

12일 ‘제2기 히딩크사단’을 발표한 한국 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55). 그가 2002년 월드컵을 향해가는 한국 대표팀의 방향에 대해 ‘쓴 소리’를 털어놓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비판이 아니라 충심에서 하는 조언”이라는 전제를 달고 “한국축구는 골을 안 먹으려는 안전한 수비축구에 치중해 경기 속도가 느리고 발전이 더디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도 5년여 전까지 수비축구에 치중하다 쇠퇴의 길을 걸었다”며 “공격적인 축구가 반드시 위험부담이 큰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국축구는 수비를 무시하지 않되 좀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계에 이처럼 ‘듣기 싫은’ 얘기를 하며 22명의 선수 이름이 적힌 명단을 내놓았다.

바로 대표팀의 절반 이상인 13명을 1m80 이상의 장신으로 유럽의 힘과 높이에 맞설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을 갖춘 선수로 구성한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많은 나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황선홍(33)을 발탁한 것에 대해 “중요한 것은 체력과 정신력의 무장 상태지 나이가 아니다”며 “나는 네덜란드대표팀 감독 때 36세의 노장도 출전시킨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숭실대를 졸업하고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프로 새내기 서덕규(23·울산 현대)에 대해서는 “올 초 울산 전지훈련 때 눈여겨본 결과 체력뿐만 아니라 수비력이 강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쳐 발탁했다”고 설명해 이번 대표선수 선발 기준을 내비쳤다.

반면 대표팀에서 빠진 이탈리아 페루자의 안정환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플레이를 못해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근성과 강인함이 쇠퇴해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진출할 때도 팀의 명성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꾸준히 출전할 수 있는 다소 약한 팀을 노크하는 것이 오히려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히딩크 감독은 아울러 홍명보와 유상철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이번 대표팀은 5월말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앞두고 또다시 개편될 수 있다며 목표인 2002년 월드컵까지 노장이건 신인이건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해 나갈 구상임을 밝혔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13일 다리 깁스를 풀기 위해 네덜란드로 돌아간 후 2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바로 대표팀에 합류하고 선수단은 19일 소집돼 출발한다. 이동국 설기현 등 유럽파 선수들은 21일까지 경기를 치른 후 합류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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