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이자 광대’였던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낮에는 청바지 차림으로 과학을 ‘갖고 놀았고’, 밤에는 클럽에서 봉고(라틴 아메리카 타악기의 일종)를 연주했던 과학자이자 예술인. 인간이 만든 이론 중에서 가장 완벽하다는 양자전기역학 이론으로 노벨상까지 받은 인물이다.
이 책은 과학자의 머리와 예술가의 가슴을 가졌던 파인만의 육성을 담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그의 이야기에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발견(과학)의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다.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사이언스북스·2000년)에서 엉뚱하고 장난스런 그의 ‘끼’에 즐거운 자극을 받았던 독자라면 이번에는 그의 사상의 진면목에 다가갈 수 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파인만은 ‘상식’이라고 답한다. 어려운 단어와 공식을 외우는데 있지 않다. 색종이를 잘라 붙이는데서 수학 미적분학의 핵심인 ‘패턴’을 이해하고, ‘기생’이란 어려운 단어를 외우는 대신에 새가 자기 깃털 속에 붙어사는 이를 쪼아먹는 습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파인만은 이런 자세를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서 배웠음을 고백한다.
노벨상이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무엇을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짜릿함, 그것이 진짜 상이죠.”
그는 권위와 명예를 극도로 혐오했다. “과학은 앞 세대의 위대한 스승에게 오류가 없다는 믿음이 가장 위험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만든 가장 완벽한 이론도 비웃는다.
그에게 영원불변한 과학이론이 있다면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는 “문명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의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불교사원을 방문했을 때 다음과 같은 교훈을 배웠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천국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주어졌는데, 같은 열쇠로 지옥문도 열 수 있다”고. 유전자 조작기술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한 요즘 특히 곱씹어볼 말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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