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쪽, 1만5000원/두레박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인생 목표와 중요한 결심들을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기획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연대기 순으로 그의 삶의 전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인격을 형성한 중요한 사건들과 결단들, 그리고 텍사스 주지사로서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의 원제목인 ‘A Charge to Keep’은 찬송가 372장에서 인용된 것이다. 이 찬송과 관련된 성경의 ‘디모데후서’는 바울(Paul)이 티모시(Timothy)에게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칭하며 교회 지도자의 자격과 의무에 대해 가르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이 아들에게 지도자의 길을 가도록 인도해 준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제1장은 마치 바울과 티모시의 관계처럼 부시가 훌륭한 그의 아버지로부터 조언을 받는 것에 대해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2장은 어려서 사별한 부시의 누이동생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그것에 얽힌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고어에 대한 부시의 상대적인 강점으로 지목된 온화한 인상을 부각시키는 세심한 전략적 고려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부시 진영의 선거 전략을 대변한 온정적 보수주의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고 담겨 있다.
제3장에서는 그가 주지사로 취임함으로써 정치인으로 공식 입문할 때 아버지가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아 가장 소중하게 간직해온 장식단추를 물려 준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제10장에서는 40세 때 오랫동안 그를 유혹했던 술을 끊고 정치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힘차게 달려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그 때까지의 잘못된 인생 속에서도 자신의 소중한 자산인 친화력과 겸손을 배웠고, 또 반성을 통해 인간적 성숙을 이뤄 오늘의 영광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생의 세 가지 요소는 신앙, 가족, 우정. 이 중에서도 우정이란 덕목은 그의 진솔하고도 털털한 인간적 매력으로 빛을 발했고, 이번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그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나간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은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쓰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다른 사람들에게 미화시키려는 욕구가 가라앉은 시점에서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런 자서전에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나름의 진솔한 고민과 고백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인생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 있거나 인생의 가장 활기 찬 시점에 서 있는 사람이 쓴 자서전에서는 진솔함이나 인생의 교훈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아쉬움을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사람을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그의 업무 수행 방향과 성격을 예측하는 한편 한 보수주의자의 인생을 통해 미국의 현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신유섭(한양대 연구교수·미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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