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정교일치의 이슬람 문화의 유산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30대 초반의 국왕 또는 대통령이 등장하기도 한다.
영국 일본 등의 형식상 국왕과는 달리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이들은 아랍 이슬람국가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
2세 지도자들은 혁명, 무자비한 숙청, 절대 권력 행사로 압축되는 부친 세대의 행태와 달리 합리적이다.
개혁과 개방을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려 한다.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탓에 이들은 서구세계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부친 세대만큼 극렬하지 않다.
이들이 만나 영어로 대화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샤르 시리아 대통령(35)
30년간 철권 통치를 한 ‘아랍의 비스마르크’ 하페즈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숨진 뒤 대권을 이어받았다. 안과의사 출신인 그는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많아 시리아 인터넷협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평소 ‘과학 강국 건설’을 주장해 왔다.
그의 취임 일성은 프랑스와 같이 사회주의를 혼합한 자본주의체제를 도입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문인과 교수 등 지식인 1000명의 요구를 받아들여 다당제 검토와 금융권 개방 등 정치 경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 온 친위대 등 군부와 대기업이 반발해 개혁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구식 자유주의 개혁으로 아랍의 전통이 무너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런 이유로 개혁이 주춤해지자 과감한 개혁을 바라는 지식인과 대학생 계층은 그를 ‘우유부단한 인물’이라고 비난하고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
영국의 의과대에서 안과 수련의로 있던 바샤르는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의 은행 애널리스트였던 이라크계 아스마 알 아크라스와 결혼했다.
▽압둘라2세 요르단 국왕(39)
47년간 요르단을 통치한 ‘아랍의 중재자’ 후세인 국왕의 아들로 99년 3월 취임했다. 어머니가 영국출신인 데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살아 서구문화에 거부감이 없다. 99년 3월 취임 후 부친의 폐쇄적 경제정책을 버리고 개방을 통한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 암만을 관광단지와 IT산업 중심지로 키우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최고 관세율을 30%로 내리는 등 공격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발을 다친 환자로 분장하고 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근무상황을 점검하거나 가발을 쓰고 기자로 변장해 방송국을 찾는 등 자주 ‘암행 감찰’에 나선다. 이는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려면 먼저 민심의 동향과 민생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내정 실패에 따른 국민 불만을 달래기 위한 대중 인기 술책이란 비판도 있다.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해 최근에는 27%를 넘어섰고 극심한 가뭄마저 겹치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좋아진 것은 족벌 기업과 귀족뿐이란 비난마저 있다.
올해 초 압둘라 2세와 비밀결혼식을 치러 화제가 된 라니아 왕비(30)는 미국에서 교육받은 팔레스타인 출신. 빼어난 미모 때문에 ‘중동의 다이애나’란 별명을 갖고 있다.
▽모하메드6세(37)
38년간 모로코를 지배한 부친 하산 2세의 뒤를 이어 99년 7월 왕위에 올랐다. 병원 학교 등지를 자주 방문해 ‘가난한 자의 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4세에 프랑스식 교육을 받기 시작해 프랑스대학에서 박사 학위(민법)까지 땄으며 유럽집행위원회와 유엔에서 일했다.
취임 직후 유럽연합(EU)과 무관세협정을 체결해 경제성장 중시 정책을 편 것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 변화와 개혁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버지 하산 국왕의 통치 시절 있었던 부패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또 고유가와 가뭄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의 둔화 등으로 경제 운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하메드는 아직 배필을 만나지 못해 독신으로 지낸다.
▽기타
왕정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는 대권의 대물림은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제 국가인 이라크 리비아 이집트 예멘 등도 부자간, 혹은 지명된 후계자에게 권력이 넘어갈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집권 30년째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장남 우다이(36) 혹은 차남 쿠사이(34)에게 대권을 널길 것이란 분석이 많다.
69년 집권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도 최근 건강악화설이 나돌면서 두 아들이 공식행사에서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아들 가말은 지난해 2월 집권 국민민주당(NDP)의 비서로 임명됐다.
부트로스 갈리 경제장관 등 젊고 유능한 인재가 그의 주변에 포진하면서 벌써부터 ‘대권 상속설’이 흘러나온다.
81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피살되자 당시 부통령이던 무바라크는 군부의 강력한 지지 속에 권력을 넘겨받았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아랍권 30대 지도자 3인 비교 | |||
신분 | 시리아 대통령 | 요르단 국왕 | 모로코 국왕 |
이름 | 바샤르 알 아사드 | 압둘라 2세 | 모하메드 밴 알 하산 6세 |
나이 | 35 | 39 | 37 |
학력 | 시리아 다마스쿠스 의대 영국에서 안과 수련의 | 미국 조지워싱턴대 영국 왕립사관학교 | 모로코 바라트대 프랑스 니스소피아대 법학박사 |
정책 | 사회주의체제를 가미한 경제 개혁 | 개방을 통한 경제 성장 | EU와의 자유무역지대화, 부정부패 척결 |
경력 | 육군대령, 인터넷협회장 | 기갑여단장, 특공사령관 | EU 집행위원회, 군사령관 |
취미 | 자동차 운전 | 자동차 운전, 스킨스쿠버 | 자동차 운전, 수상스키 |
부인 | 아스마 알 아크라스 (이라크계) | 라니아 (팔레스타인 출신) | 미혼 |
▼친구처럼… 형제처럼… '중동의 386'▼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 사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해 10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정상회담은 아랍의 30대 지도자 3명의 국제무대 데뷔장이었다.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 국왕이 취임 후 처음 아랍 정상의 모임에 참석한 것.
이들은 회담 전날 저녁식사 모임을 따로 가졌다. 연장자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이 제의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세 명의 젊은 지도자는 우정을 확인하는 한편 정상회담에서 어떤 의견을 제시할 것인지에 관해 의견을 조율했다. 라이벌 의식이 치열했던 부친 세대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시리아와 요르단의 두 젊은 지도자는 우정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세상을 떠나고 없는 두 사람의 부친, 요르단의 사담 후세인 국왕과 시리아의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은 아랍국가 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대단한 각축을 벌였다. 외교와 지역안보에 관해서도 노선이 달랐다. 후세인 국왕은 아랍 미국 이스라엘 사이를 오가며 협상을 벌인 줄타기 외교의 달인이었다. 반면 아사드 대통령은 강경파의 선두였다.
서구 유학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은 냉랭했던 부친 세대와는 달리 각종 현안에 관해 자주 서로 연락하며 논의하고 있다는 것. 국정 운영 스타일도 비슷해 모두 경제와 사회분야 개혁, 정보통신산업 발전 등을 추구하고 있다.
바샤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압둘라 2세 국왕을 지중해에 인접한 시리아의 휴양도시 라타키아로 초청해 하루를 함께 보내며 국정 운영에 관한 경험담과 충고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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