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수출↑ 신모델↑ 환율↑ 자동차株 랠리 시동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36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동차만 같아라.’

자동차 업체들이 예상외로 잘 나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일제히 둔화세로 돌아섰는데도 수출전선에는 아직까지 별 탈이 없고 침체돼 있는 내수시장에서도 신모델을 들고 나와 선전하고 있다. 여기에 환율인상으로 인한 별도의 수입까지 챙기고 있어 풍랑속에서 고전하는 다른 업종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업계 선두인 현대차 주식에 대한 매수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도 최근 현대차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외국인 지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현대차, 불황 무풍지대〓현대차는 2월부터 적극적으로 북미시장을 공략했다. 산타페와 그랜저XG를 신모델로 내놓고 각 주를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 바람에 미국시장에서만 1분기 동안 7만5000대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35%나 더 팔았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의 자동차 판매가 6%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신장세다. 유럽에서도 판매가 증가해 전체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9.5% 늘었다. 업계의 내수판매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아반테XG와 에쿠스의 판매증가로 4.4% 감소하는데 그쳤다.

대우증권 장충린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실시해온 ‘10년 10만 마일’ 사후보장서비스 제도가 현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있고 새로 내놓은 모델도 호평을 받고 있어 판매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간 수출액이 60억 달러인데 비해 외화표시부채가 10억 달러에 불과해 환율인상으로 인한 효과도 톡톡히 거두고 있다”고 장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교보증권 임채구 수석연구원은 “4월에 소형미니밴이 출시되면 내수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적정주가는 2만4000원선”이라고 말했다. KGI 증권도 16일 현대차의 12개월 목표주가를 3만원으로 잡고 투자의견을 ‘장기매수’에서 ‘매수’로 높였다.

▽기아차는 내수부진이 걸림돌〓기아차의 강점은 ‘카트리오’로 불리는 레저용차량(RV)에 있었지만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의 인상으로 올해 1분기 내수판매는 전년동기에 비해 13.8% 줄었다. 다만 최근 출시된 뉴카니발이 ‘신차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위안거리.

하지만 세계적으로 RV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수출은 현대차보다 높은 25.8%의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부장은 “기아차는 기존 디젤엔진 개발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다만 RV차량의 수요가 선진국에서 크게 늘고 있어 당초 수출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장연구위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같은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주가도 통상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관점에서 투자목표를 설정하는 게 유리하다”고 충고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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