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김동광 감독에 대해 공부좀 했어요?.
황영조:어제 두시간밖에 못잘만큼 바빠서 준비를 못했습니다.직접 만난적이 없는데 어떤 사람입니까?.
기자:아주 무서워요.처음 보는 사람도 잘못하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혼쭐을 냅니다.
황:아 그래요.그래도 나도 감독인데….
<황영조의 표정에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듯 체육관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 없다>
#삼성체육관내 감독실
약속시간에 10분 일찍 도착했지만 김감독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김감독:어서오세요.어제 술을 많이 마셔 하마터면 약속을 잊어버릴뻔 했습니다.무슨 질문으로 절 난처하게 하실지 모르지만 자 시작하시죠.
<인상과는 달리 김감독의 다정한 환대에 황영조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이다>
황:학교(고려대) 선배시던데….
김:70학번입니다. 너 90년대 학번이지?.(김감독은 갑자기 반말을 한뒤 와락 황영조를 끌어안으며 농담이었다고 사과한다)
<학교 얘기로 분위기를 쉽게 시작하려던 황영조는 또 다시 기가 죽는 표정. 김감독은 그랬다. 자존심강한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코트밖에서도 여전했다>
황:현역시절 워낙 스타출신이시니 선수들에게 만족 못하는 경우가 많죠.
김:운동장에서는 선수들하고 대화하지 않습니다.선수들은 편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고 요구하면 ‘아예 너희들이 감독해라’고 쏘아준 뒤 나가버립니다. 선수는 선수답게,감독은 감독다워야 한다는게 지론입니다.
황:저도 감독을 맡으면서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운동을 아주 즐기신다면서요.
김:70년대부터 웨이트를 계속했으니까 아마 내가 농구선수중 웨이트 1세대 일겁니다. 선수들과도 매주 시즌중 2번, 비시즌 4번씩 웨이트를 같이 하며 체력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줍니다. 지금도 역기를 120kg까지 들어요. 내가 직접 해야 선수들이 과연 들 수 있는 건가 내가 오버하는 것은 아닌가를 알 수 있지요.매일 러닝머신에서 40분 정도 뛰고 골프는 취미로 좋아합니다.
황:힘들때는 주로 어떻게 극복하십니까?.
김:시즌중에는 주로 술로 해결합니다. 술은 내일을 위한 수면제죠. 주량은 재보지는 않았지만 어느 사람하고도 마실만큼은 됩니다. 비시즌중에는 골프를 치는데 심각하게 치지는 않고 웃고 떠들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황:아드님이 농구를 한다던데 직접 가르치기도 하나요?.
김:올해 대학(고려대)에 들어갔는데 자기 실력으로 들어가 기분이 좋습니다. 포지션도 나와 같은 리딩가드예요.가끔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가르칩니다.
황:미국에서 아버지(조지 E 프레츠)가 오신 걸로 아는데….
김:미 공군출신으로 51년 한국을 떠난뒤 첫 귀국입니다. 구단에서 마련한 아파트에서 일주일정도 머무시는데 내가 태어난 부산에도 가야겠고 나머지는 국내 관광으로 한국의 발전상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황:살아오며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면….
김:중학교시절 농구를 가르친 전규삼선생님과 혼혈인 아들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근성을 만들어 주신 어머니 그리고 지도자로서 좌절했을 때 이끌어주신 이인표전 단장(현 골드뱅크 단장)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황:가장 어려웠던 때는요.
김:초등학교시절 혼혈이라고 놀림을 받았을때와 대학 때 악성빈혈로 아예 운동을 할 수 없었을 때, SBS 감독시절 4강에서 탈락한 뒤 총감독으로 밀려났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황: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있나요?.
김:가족들과 일주일에 한번쯤은 식사를 함께 하려는데 이제는 애들이 다 컸다고 굳이 바쁜데 시간낼 필요없다고 오히려 위로를 받는 입장입니다.
황:당장 감독을 그만둔다면….
김:철 들며 시작한게 농구입니다. 그만둔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습니다.프로 감독을 그만두면 초,중학생을 위해 농구기초를 가르치는 클리닉을 만들고 싶습니다.
황:삼성의 조직력은 어떻게 나왔습니까?.
김:우리가 조직력을 우선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스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문이 많았고 만드는 농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체육관 인근 골프연습장.
<황영조감독은 개인적인 일이 있어 서울로 돌아가고 오랜만에 골프연습을 하는 김감독 뒤를 기자가 따라갔다. 김감독의 핸디는 12정도. 김감독은 지난해 10월 시즌 시작과 함께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던 골프백을 이날 6개월만에 처음으로 꺼내 연습을 시작했다> 기자:나이에 비해 아이언클럽이 상당히 무거운데요.
김:난 모르겠어요.예전엔 장타를 의식했는데 요즘은 살살쳐요.
기자:지금 당장 필드에 나가면 얼마나 칠 것 같아요.
김:아마 90타는 넘을 겁니다.하지만 2주정도 열심히 연습하면 본래 스코어가 나와요. 처음이나 지금이나 레슨은 받아본 적이 없어요.
김감독은 센드웨지로 몸을 풀 듯 슬슬 공을 치지만 거리가 상당하다. 이 클럽으로 120야드는 날린단다. 실제로 150야드 전방 그물망에 거의 닿을 정도로 날아가는 공에서 김감독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리〓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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