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월드]소년병 최근 10년간 200만명 사망

  • 입력 2001년 4월 16일 18시 41분


내전 상태에 있는 소말리아에서 소년병으로 활동하는 어린이들
내전 상태에 있는 소말리아에서 소년병으로 활동하는 어린이들
“병영에서 달아난 소년병이 붙잡히자 어른 군인들은 그 애를 묶고 우리 어린이들로 하여금 때려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우리는 울며 매질을 했습니다. 그 소년은 고통에 몸부림치다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군인들은 죽은 그 소년이 흘리는 피를 우리 손에 직접 묻히라고 했습니다. 요즘 나는 가엾은 그 아이가 나타나 하염없이 우는 꿈을 꾸곤 합니다….”

‘소년병’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한 우간다 소녀(16)의 고백이다. 국제사면위원회 등 6개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소년병금지연합(CSUC)은 최근 요르단 암만에서 국제회의를 갖고 참석자들에게 이 사례를 보고했다.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 18세 미만 소년병들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다.

‘인류 최후의 죄악’으로 불리는 소년병들의 실태와 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이유, 국제사회의 대처 방안 등을 정리했다.

▽실태〓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소년병들은 주로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 중동지역 국가와 수단 우간다 앙골라 등 아프리카 지역,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징병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최대 10만명의 소년병이 징병된 적이 있다. 또 미얀마 5만4000명, 수단 3만2000명, 콩고 르완다 각각 2만명, 콜롬비아 1만4000명이 동원됐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반군의 80%가 소년병으로 구성돼 있다.

우간다에서는 5세 아동이 정규군에 편입되기도 했다. 유엔은 최근 10년간 세계의 분쟁지에서 200만명의 소년이 살해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들도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 터키의 반군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경우 소년병의 10%가 여자어린이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리랑카 반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의 경우 1999년 생포된 소년병 49명 중 32명이 여자어린이들이었다.

▽왜 소년병들이 동원되는가〓수단 등 내전이 한 세대 이상 지속된 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부모가 전쟁에 동원되는 바람에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고아다. 이에 따라 이들 중 상당수는 굶어죽느니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먹을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군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자원 입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소년병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전쟁을 치르는 쪽에서 보면 값비싼 미사일이나 탱크 대포 전투기 등을 동원하기보다는 소년병들에게 경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자동소총을 줘 싸우게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이를 위해 냉전 붕괴 이후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벨기에 이스라엘 등지의 군수업체들은 소년병들이 쉽게 다룰 수 있는 경무기들을 다수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병들이 임무 수행에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척후, 지뢰밭 탐지, 자살폭탄 공격 등이 그것이다. LTTE의 경우 10세 아동까지 자살폭탄 공격용으로 쓰기 위해 징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분쟁지의 경우 교리에 입각해 맹목적인 적개심을 주입하기는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한결 쉬운 측면도 있다.

여자어린이들의 경우 검문소를 통과하기 쉽다는 이유로 징병되기도 한다. 이들은 최전선에 투입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후방의 보급 임무를 맡고 있다. 또 전사들을 위해 군위안부 노릇을 강요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차원의 대책〓최근 소년병금지연합이 주최한 암만 회의에 참석했던 전 세계 100여개국 정부 대표와 전문가들은 ‘소년병 징병에 반대하는 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군수업체들이 소년병 징병 국가들에 대해 무기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각국 정부 차원에서 규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징병 연령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소년병 보호 협정’에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현재 이 협정에는 75개국이 서명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식량 지원과 난민촌 지원을 통해 소년병 자원 입대를 줄이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소년병 징병을 중단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년병 징병을 강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데다 징병자와 피징병자 모두의 필요에 의해 소년병 징병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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