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오충수/침구의술 의료행위로 인정해야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44분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추진에 따른 부작용으로 온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오늘날 국내 의료계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훨씬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의료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의료체제의 공급이라는 점에서 전통의학인 침(鍼)과 뜸(灸), 즉 침구(鍼灸)의학을 되살릴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

침과 뜸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서양의학이나 다른 의료수단으로 고치지 못하는 각종 고질병과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 둘째, 뜸은 전문가가 자리만 잡아주면 누구나 어디서든지 활용할 수 있다. 셋째, 부작용이 거의 없다. 넷째, 시술에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저렴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섯째, 고가의 의료시설과 장비가 필요없고 기동성이 뛰어나다.

우리나라는 오랫 동안 법과 제도로 침구의학을 고사시켰다. 침구의학은 19세기 말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라 하여 중시됐다. 그러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고 무자격 침구사가 난립하자 정부는 1962년 침구사 제도를 폐지해 침구의학의 맥을 끊었다.

중국과 일본은 침구의학을 계속 발전시켜 우리보다 50년 내지 100년을 앞서 가고 있다. 북한도 고려의학 고려침구학 이라 부르며 독자적인 진단체계를 갖추는 등 활발한 침구교육과 의료활동을 펴고 있다. 미국은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 이후 침구의학에 눈을 떠 침구의학 연구를 지원해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1976년 침구의 효능을 인정했으며, 20여년 동안의 검증을 거쳐 1998년 1월 300여종의 질병을 침구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어려운 의료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의 하나는 소중한 전통의학인 침구의학을 되살려 보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침구의술을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침구사에게 의료인 면허를 주는 입법이 가장 시급하다. 둘째, 침구의학의 연구 발전과 침구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와 교육기관, 그리고 침구사 자격 및 면허시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침구 보급체제가 갖춰져야 한다.

오충수(한국과학기술평가원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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