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제2의 이봉주' 찾아라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17일 새벽 미국 동부에서 날아온 ‘봉달이’ 이봉주(31·삼성전자)의 제105회 보스턴마라톤우승 소식에 국민은 열광했다. 51년 만의 쾌거인 데다 시드니올림픽에서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자랑스러운 재기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실의에 빠져 지내던 국민에게는 희망의 메시지였고 ‘그래 다시 뛰면 된다’며 국민은 주먹을 다시 불끈 쥐었다.

그랬다. 이봉주는 96애틀랜타올림픽 때 조시아 투과니(남아공)에게 3초차로 뒤져 아쉽게 은메달에 머문 뒤 그 해 후쿠오카마라톤에서 투과니에게 멋지게 설욕하며 우승했다. 99년 소속팀과 결별해 선수생활까지 위태로웠으나 이듬해 도쿄마라톤에서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을 수립하며 다시 일어섰다. 2000시드니올림픽 때도 레이스 도중 넘어져 24위에 그치자 ‘이젠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해 후쿠오카마라톤에서 2위를 차지해 건재를 과시했고 결국 이번에 보스턴까지 제패했다. 국민은 역경을 딛고 번번이 일어서는 이봉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봉달이의 레이스’에서 한국마라톤의 ‘그림자’도 동시에 보이는 것은 어쩐 일인가. 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가 96년 은퇴한 뒤 한국마라톤에는 이봉주밖에 없다. 96애틀랜타올림픽, 98방콕아시아경기, 2000시드니올림픽, 그리고 올 8월 2001에드먼턴세계선수권에서도 이봉주에게만 기대를 걸고 있다.

18일 동아닷컴의 한 네티즌은 “8월에도 봉달이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요”라며 이렇다할 ‘후계자’가 없는 것을 한탄했다.

이봉주는 올해 31세인 데다 마라톤 공식대회를 25번이나 완주했다. 앞으로 몸관리를 잘해서 40세까지 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잘해야 앞으로 1∼2년 정도 세계무대에서 지금의 명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동안 이봉주의 선전에 안주하며 ‘제2의 이봉주’를 찾는 데 너무 소홀했다는 느낌이다.‘포스트 이봉주’에 대한 답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려울 때 국민에게 크나큰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앞으로도 국민에게 큰 희망을 줘야할 한국마라톤.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육상계는 물론 관련분야에서의 노력과 투자가 이어져야 할 때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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