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투병 임수혁선수 아들 18일 부산경기 '눈물의 시구'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3분


임수혁선수의 아들 세현군이 18일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임수혁선수의 아들 세현군이 18일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하고 있다.
병상에 누운 채 한마디 말이 없는 아빠를 바라보기 1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세현이(7·경기 용인 마북초등학교)는 18일 꼭 1년 만에 아빠 곁을 떠났다.

외가가 있는 경기 용인시 수지에서 김포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늦은 시간. 공항에는 낯익은 유니폼을 입은 아저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독자의견쓰기

갑자기 왜 이리 눈물이 날까.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그래 바로 오늘이지….” 아빠(임수혁·32·전 롯데 자이언츠 포수)가 경기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꼭 1년째 되는 날.

부산 사직야구장에 도착하니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는 선수 아저씨들이 반갑게 맞았다. 박정태 아저씨는 또 용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그러나 정작 보아야할 아빠의 얼굴은 없었다. 그냥 또 눈물이 났다.

세현이는 아빠가 쓰러진 뒤 야구장에 한번도 가지 못했다. TV 중계조차 볼 수 없었다. 어쩌다 채널을 돌리다 야구중계가 나오면 아빠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세현이는 야구장 대신 일요일이면 엄마(김영주씨·32)의 손을 잡고 교회에 다니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아빠가 많이 아프잖아요. 엄마가 어떻게 하겠냐고 하기에 그냥 아빠 생각하며 잘 던지겠다고만 했어요. 아빠가 꿈속에서라도 세현이를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세현이는 이날 아빠의 등번호 2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아빠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떼를 쓰는 동생 여진이(5)의 바람을 한데 묶어 시구를 했다.

현재 임수혁은 호흡과 심장박동은 정상이지만 의식은 없는 상태. 병원에선 의학적으로 치료를 한다기보다는 합병증 없이 현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롯데 구단은 이날 ‘임수혁! 우리는 자이언츠 20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의 컬러 동영상을 상영했고 이날 관중입장 수익금 전액을 세현이 가족에게 전달했다.

이날 사직구장을 꽉 메운 ‘구도(球都)’ 부산의 1만5000여 야구팬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로 세현이 가족의 ‘1년 만의 외출’을 마음으로 환대하며 위로했다.

<부산〓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