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철모 써? 말어?", 軍미필 해외파 가수 갈등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4분


3월 27일부터 새 병역법이 시행됨에 따라 병역을 마치지않은 해외파 남자 연예인들이 앞으로 국내에서 돈을 벌기 위해 연간 60일 이상 머물 경우 ‘입영 열차’를 타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군 미필 해외파 스타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해외파 중 대다수인 영주권자의 경우 영리 목적의 국내체류 허용 기간 1년 중 활동을 마친 후 출국했다 다시 입국하는 ‘히트 앤드 런’ 식으로 활동해왔으나 이제 그 기간이 60일로 대폭 줄어든 것. 이들의 활동 기간은 아무리 짧아도 3, 4개월이다.

병무청이 최근까지 파악한 국외 이주자 중 체류 기간이 60일이 지나지않은 군 미필 유명 연예인은 모두 가수로 총 12명.

이 중 ‘H.O.T.’의 토니안(안승호), ‘신화’의 에릭문(문정혁),‘원타임’의 테디(박홍준), ‘지누션’의 션(노승환), ‘코요태’의 김구(김원기), ‘터보’의 마이키는 가족이 해외로 이주해 현재까지 병역이 면제됐다. 유승준, ‘태사자’의 이동윤, ‘지누션’의 지누(김진우)는 신체검사가 연기됐으며, 이현도 정석원 ‘구피’의 신동욱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다음달 26일 이후로는 출국 또는 입영을 선택해야하는 가수들의 소속사는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이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출국했다 16일 귀국한 유승준측은 “일단 신체검사는 받을 것”이라는 입장. 항간에는 유승준이 지난달 1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아 현역 판정은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 협상으로 난항을 겪고있는 ‘H.O.T.’의 토니안은 일단 재계약 성사 여부에 따라 군입대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토니안은 최근 TV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다시 무대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휴식기에 들어간 ‘신화’의 에릭문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라 공식 언급은 없는 상황. ‘원타임’측은 “가수들의 의사에 따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체류 중인 이현도, 정석원은 음반 프로듀서로 선회함에 따라 군입대를 위해 귀국할 지는 미지수.

특히 이현도는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앨범 ‘완전 힙합’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함에 따라 미국에 머물며 ‘후배 양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미국 시민권자인 ‘지누션’과 ‘코요태’의 김구측은 “외국인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입장. 하지만 병무청은 “시민권자 중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에만 병역의무가 없을 뿐, 한국 국적을 그대로 보유한 경우에는 ‘60일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누션’ 등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며 “취업 비자 등을 이용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환경 변화는 90년대 중후반 이후 가요에 영어 래핑이 보편화되는 흐름을 타고 국내에 유입된 재미교포 등이 전체 가수 중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요계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 댄스가수의 매니저는 “활동 준비 중인 신인을 포함하면 해외파가 200여명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오락프로그램 출연자의 상당수를 이들 해외파 가수들로 충당해 온 공중파 방송사의 기형적 제작 시스템에 제동이 걸릴 지 여부도 주목 거리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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