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가장 감원 열풍이 거센 분야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전자상거래 사업을 벌이는 ‘닷컴’ 업체들.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6개월간 한달 평균 60∼70개의 닷컴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1만여명 이상의 인력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고도로 숙련된 고급두뇌들을 고용하는 반도체 인터넷장비 분야의 대형 제조업체들은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대형 첨단기업들이 매출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면서 오히려 고급두뇌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BBC방송은 분석했다.
고급두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 최근 인텔은 1·4분기 순익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82%나 감소하면서 5000명의 인력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력이 감원되는 분야는 경영관리가 60% 정도이며 나머지 40%는 단순 조립을 담당하는 종업원들이다.
인텔의 트레이시 쿤 대변인은 “실적부진이 고도로 숙련된 기술자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수요를 감소시키지는 않았다”면서 “고급두뇌들이 아예 실리콘밸리를 떠나면서 오히려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라우터 등 인터넷 장비들을 주로 생산하는 시스코시스템스도 고급인력 부족으로 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창사이래 처음으로 전체 인력의 25%라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한 시스코시스템스의 로라 입슨 대변인은 “최첨단 인력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해 최근의 감원이 하위 기술인력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했다.
어니스트 앤드 영 컨설팅의 분석가 짐 오닐은 “하이테크 산업이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성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면서 “2∼3년 전 실리콘밸리에 유입된 최첨단 기술인력들이 성급히 이곳을 떠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