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고시를 부활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공정위의 각종 규제에 대해 일반 기업들은 변변히 항변조차 할 수 없지만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은 정부 당국과 수주에 걸쳐 치열한 일전을 벌였다. 그러나 막강한 정부의 일방적 승리는 예견했던 대로였다.
신문고시 부활과 관련된 논의에서는 몇 개 그룹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선 시장지배력을 가진 주요 일간지들과 그렇지 못한 일부 신문사들이 이해를 달리 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신문사와 이번 기회에 시장점유율을 높여 보려는 신문사의 이해가 대립했다. 둘째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혹시나 정권 유지 또는 정권 재창출에 방해가 되는 언론사에 대한 통제 의도일 수 있다는 야당의 우려 때문이었다. 셋째는 유력 신문사들과 방송사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방송사의 유력 신문사들에 대한 공격은 사회정의와 같은 고귀한 싸움으로 포장되긴 했지만 광고시장을 둘러싼 싸움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언론개혁, 국민의 알권리 존중, 신문시장의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과 같은 명분론의 이면에는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이번에 부활된 신문고시는 부당한 고객 유인, 신문 강제 투입과 같은 불공정거래 행위, 판매지국에 판매량 증대를 강요하는 거래상의 지위 남용 행위, 신문사의 지국에 대한 차별적 취급 행위, 임직원에게 신문 잡지를 강제로 구입 판매토록 하는 거래 강제 행위, 경쟁사의 신문을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배타 조건부 거래 행위, 지국에 대한 거래 거절, 신문광고 관련 불공정행위, 신문가격 및 광고료에 대한 가격 남용 행위, 낮은 가격으로 경쟁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업이라는 특정 업종에 대한 조치라는 점을 제외하면 신문고시에 담겨 있는 불공정거래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와 그 시행령의 제재 대상에 이미 포함돼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신문고시 폐지 이후 문화관광부가 신문시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세무조사와 동시에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부활시킨 것은 정치적 의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하필 왜 지금이냐 하는 세간의 의혹이 그것이다.
광고비 상한 규제, 신문대금 상하한 규제, 경품 및 무가지 제한 등 간접적 가격 규제는 분명히 소비자인 독자의 이익을 제한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신문사 지국의 경쟁신문 판매제한 행위에 대한 규제는 지국간 담합행위를 조장해 경쟁제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신문고시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언론활동에 제약을 주기 위한 조치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공정위는 언론자유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뉴스의 품질경쟁을 촉진시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신문고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이는 특정 업종을 겨냥한 별도의 정부 규제에 의해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문시장의 냉혹한 시장원리에 의해 보다 쉽게 달성될 수 있다.
일반기업과 달리 신문업에서 일부 지방신문사를 제외하면 언론사가 퇴출된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시장경쟁에 의한 퇴출이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신문업이다. 일부 언론사의 부채비율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런 측면에서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언론자유 제약, 시장경제원칙의 위반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시장의 퇴출을 원활하게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가 의도하는 목표는 기존의 공정거래법에 의해서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한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신문고시 부활은 규제완화 측면에서 분명히 후퇴한 중복 규제 조치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치와도 어울리지 않는 조치이다. 언론의 자유를 손상시킬 개연성이 있는 규제, 언론사의 영업전략과 같은 구체적 행위에 대한 규제는 분명히 시대착오적이다.
박승록(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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