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그린스펀 의장이 18일 두 달도 안돼 자신의 말을 뒤집는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올 들어 4번째 금리인하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여는 대신 전화회의를 통해 금리를 인하한 것은 1월3일에 이어 이번이 2번째다.
▽경기회복세 지원〓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금리인하 조치가 경제상황이 다급해졌다기 보다는 살아나고 있는 회복세를 굳히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풀이한다.
뉴욕증시가 4월초부터 상승 무드를 타고 있고 이날 금리인하 조치가 발표되기 전에도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AOL타임워너 등의 긍정적인 1·4분기(1∼3월) 실적 발표 덕분에 나스닥지수 등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었다는 것.
웰스파고 은행의 손성원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더 나빠져 침체로 빠져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조치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 딘 위터의 이코노미스트인 빌 셜리반도 “FRB는 오늘 우리에게 경기가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전에 미리 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고 말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경기둔화 예상〓미 경제분석가들은 FRB가 발표문을 통해 밝혔듯이 이번 조치가 ‘기업의 지출과 민간 소비를 부추기고 기업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전히 미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퍼스트 유니온 은행의 데이비드 오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전망, 특히 수익성에 대해 비관적인 최고경영자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경기지표들은 FRB가 왜 금리인하를 서둘렀는지를 짐작케 한다. 향후 수개월간의 경기가 어떨지를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3월중 0.3% 하락, 미국 경기가 여전히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상무부가 발표한 2월중 미국의 무역적자는 수입이 전달에 비해 4.4%나 줄어들면서 99년 12월 최저 수준으로 감소, 미국의 소비수요가 급감했음을 증명했다.
수익악화에 따른 기업의 감원 바람으로 3월 미국 실업률이 20개월만에 최고치인 4.3%를 기록한 것도 FRB의 조기 금리인하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경제학교수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FRB가 적절한 금리정책을 구사하지 못해 경기침체를 막지 못했던 1990∼91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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