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는 그런 ‘삐딱한 상’이 없을까”를 생각하던 네티즌들이 일을 벌였다. 인터넷 영화 채팅방에서 만난 네티즌들 10여명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 사이에 개봉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작품, 감독, 남녀 주연 등 9개 부문에서 ‘최악’을 뽑는 ‘레디 스탑 영화제’를 만들어 인터넷 홈페이지(www.readystop.com)에서 투표를 받고 있는 중. 결과는 대종상 시상식 하루 전날인 24일 발표한다.
“지난달 아카데미 시상식날, 인터넷에서 채팅을 하다가 우리도 골든 래즈베리처럼 ‘안티 영화제’를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채팅하던 사람들 중에 자원자를 모아 사무국과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진지하되 재미있게’가 우리의 모토다. ‘최악’을 통해 어떤 영화가 좋고 나쁜지를 관객들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이주영·28·인터넷 기획자)
‘주최측’의 구성은 영화과 대학생들을 비롯해 인터넷업체 사원, 화가 등 다양하다. ‘레디 스탑’이라는 제목은 감독이 촬영을 시작할 때 외치는 ‘레디 고(Ready,Go!)’를 패러디한 것.
“치기어린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하자 돌아오는 대답이 단호하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영화를 원한다. 엄청난 제작비와 스타,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에 넘어가 영화를 봤지만 우리를 속이는 영화가 얼마나 많은가. 그럴 때는 관객으로서 무시당하는 기분이 든다. ‘나쁜’ 영화를 정확히 짚어주는 평론도 별로 없고. 그럼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생각했다.”(송지연·28·웹 디자이너)
이들의 꿈은 야무지다. ‘최악의 작품상’으로 뽑힌 영화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조목조목 짚어보는 토론도 벌이고, 내년부터는 대종상 시상식 전날 수상자들이 오건말건 시상식도 열 계획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