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하철 60만km 무사고 첫돌파 김규석 기관사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42분


“그렇게 많이 달렸는지 몰랐습니다.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칭찬까지….”

국내 지하철 기관사 중 최초로 ‘60만㎞ 무사고 운전’ 기록을 세운 서울지하철 종로승무소 소속 김규석(金奎奭·46)기관사.

서울지하철공사 주최로 19일 오후 2시10분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승강장에서 열린 무사고 운전 축하행사에서 꽃다발을 받은 김 기관사는 “쑥스럽다”고 말했다. 60만㎞는 1호선 청량리∼수원을 1만2170회, 서울∼부산을 1351회 왕복, 지구를 15바퀴 도는 먼 거리. 83년 9월 기관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18년여만에 달성한 기록이다.“지하철 운전은 정거장간 평균거리가 짧고 돌발 사태가 많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단순한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민들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운전에 임했습니다.”지하철은 역간 평균 거리가 1.2㎞로 일반 철도의 8㎞(경부선 기준)에 비해 훨씬 짧다. 그래서 김 기관사의 기록은 더욱 값지다. “96년에 선로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열차를 세웠더니, 아니나 다를까 열차진로를 바꿔주는 전원기가 잘못 놓여 있었어요. 등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김 기관사는 이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대로 달렸더라면 선로 이탈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 동물적인 감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그는 그때부터 ‘노련한 기관사’로 인정받고 있다.“승객들이 웃음이나 가벼운 목례로 격려해 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러나 승객 안전을 위해 운행중인 열차를 불가피하게 세울 경우 기관실 문을 두드리거나 욕설을 퍼부으면 야속하다는 느낌이 듭니다.”그는 ‘무사고 100만㎞’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싶다며 서둘러 전동차에 올랐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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