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히로시마 내사랑>의식의 흐름 통해 전쟁상처 조명

  • 입력 2001년 4월 19일 18시 52분


영화 촬영을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인 그녀(엠마누엘 리바)와 일본 건축가인 그(에이지 오카다). 각자 배우자가 있는 이들은 이틀간 불륜관계를 맺는다. 그녀는 그를 통해 2차 대전때 적군인 독일군 병사를 사랑했던 불행한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린다.

흑백영화 ‘히로시마 내사랑’(Hiroshima Mon Amour)은 새로운 영상 미학을 내세운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의 대표적 감독 알랭 레네가 1959년에 만든 장편 데뷔작.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성을 벗어나 의식의 흐름을 좇는 전개 방식 때문에 글로 치자면 소설보다 시에 가까운 이 영화는 제작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영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영화에서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 그녀와 독일군 병사의 비극적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고통을 의미한다.

알렝 레네 감독은 과거와 현재, 피폭자들의 처참한 모습과 남녀의 나신을 중첩시키며 역사와 개인의 실존, 기억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시도한다.

소설가 마르그리뜨 뒤라스가 시나리오를 썼다. 1959년 칸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23일 개봉(하이퍼텍 나다 극장). 12세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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