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일선 경찰관들이 10일의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건과 관련, 중간 간부와 일선 전의경들에 대한 문책만으로 사태를 무마하려 한다며 경찰수뇌부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같은 사태수습보다는 폭력진압의 재발방지와 땅에 떨어진 경찰의 신뢰회복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 20일 '이수안'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린 '청장님께'라는 글에서 대우차 노조원 진압사태와 관련,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진압부대 "해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뜨거운 물을 부어버리는 안일한 조치"라며 "경찰청장이 발등에 떨어진 여론의 불을 끄기 위해 궁색한 변명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내부에서도 경찰청이 19일 대우차 노조원 시위를 폭력진압한 인천경찰청 소속 기동2중대를 해체, 대원 148명 전원을 다른 진압부대로 전보 조치한데 대해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경찰청 경비과 관계자는 이날 "내부 감찰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부대해체를 지시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면서 "진압부대에 잘못이 있다면 먼저 이를 파악하고 그 다음에 부대장 서장 지방청장 등 문책으로 이어져야지 서장과 지방청장을 직위해제시킨뒤 갑자기 부대 해체를 지시한 데 대해 대다수 경찰관들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부평경찰서장과 인천경찰청장을 직위해제시켰음에도 여론이 무마되지 않고 오히려 경찰청장 경질론이 피어오르자 '전시효과용 반성'으로 젊은 전의경들을 희생시킨 것 아니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여론 더욱 악화= 그동안의 잇따른 경찰 조치들은 오히려 내부사기를 떨어뜨렸고 여론만 더욱 악화시켰다는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엔 '경찰판' 현장 비디오테이프를 배포해 '조작' 의혹을 받았고 17,18일엔 일선 경찰서 직원들에게 민주노총과 경찰의 현장테이프를 비교 관람시켜 '노-경(勞警)불신'을 더욱 깊게했다는 것이다.
또 19일 '청장경질 반대' 입장을 발표한 경찰대 총동문회(회장 황운하·黃雲夏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성명도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적절치 못한 집단행동'이라는 비판이 높다.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는 "반성하는 자세보다는 청장경질 반대가 부각됨으로써 본래 의도와 다르게 전개됐다"며 "시기와 방법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무엇이 중요한가= 일선 경찰관들은 이번 사건이 안고있는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왔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사건발생 이틀 후에야 수뇌부로 진압상황이 전달된 허술한 보고체계 △법원 결정에 따른 노조원들의 정당한 노조사무실 출입을 불법이라고 본 현장 간부들의 미숙한 상황판단 △ '해산 명령'을 받고 방패와 곤봉을 마구 휘두른 전경들의 잘못된 진압방식 등 본질적 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
20일 전국 지휘관회의를 지켜본 한 경찰간부는 "그동안 문제가 일어난 관련 부서보다 공보 부서가 더 바쁘고 힘들었다"며 "국민 여론과 함께 내부 조직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떨어진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여권 "이무영청장 경질안해"▼
정부는 경찰의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 진압사태와 관련해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을 경질하지 않기로 최종 방침을 정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날 "경찰이 전국 경찰지휘관 회의에서 철저한 반성과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한 만큼 이 수준에서 사태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면서 경찰이 사기를 완전히 잃는 선까지 몰고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천지방경찰청장을 교체한 것은 상당한 수준의 반성과 재발방지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