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 관련 양서들을 추천한다. 최근 생명과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사회생물학과 분자생물학, 인접 학문 관련서들을 주로 골랐다. 현재 서점에 나온 책 중 33권을 선정, 이를 학문별로 분류하고 수준별로 나누었다. 그 중에서 재미와 교양을 겸비한 책 10권은 별도 추천했다.A그룹은 고등학생이나 문외한이라도 과학에 흥미와 개념을 얻을 만한 기초적인 책이고, B그룹은 일반 교양인에게 적합한 교양서다.C그룹은 다소 딱딱해도 과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다. <편집자>
먼저 몸풀기(A1, 2). 동물과 인간행태의 닮음꼴(A1)과 생명공학이 제기하는 문제(A2)를 통해 생명과학 전반을 경쾌하게 살펴보자. 과학이라면 질색인 고등학생이나 일반인 모두 금새 친해지게 될 것이다.
다음에는 분야별 기초학습(A3∼8). 먼저 식물과 동물의 다채로운 번식법(A6, 7)을 살피고, 인체 구석구석을 탐구(A5)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식물세계에서 인간 군상을 발견하는 놀라움을 보여주는 ‘식물의 사생활’, 인간 사회 못지 않게 정교하게 운용되는 개미제국의 속살을 파헤친 ‘개미제국의 발견’의 재미가 각별하다.
또 ‘생명의 파노라마’는 코믹한 만화로 ‘대학 생물학’ 수준 분자생물학의 주요 개념들을 정교하게 설명해놓은 탁월한 작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섹스’ 역시 코믹한 만화로 그려져 있지만 생식 개념부터 피임, 섹스 트러블까지 아우르는 명작이다. 딱딱하게만 보이는 과학이 주는 감동을 확인하고 싶다면 동물행동학의 두 석학이 쓴 에세이(A9, 10)를 권한다.
인간 실체에 대한 점검(A11, 12). 출발점은 ‘털 없는 원숭이’가 좋다. 인간 행태를 원숭이라는 동물의 관점에서 관찰한 흥미진진한 역작이다. 이와 함께 ‘원숭이는 어떻게…’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인간)의 진화 계보를 보충할 수 있다.
이제 과학이 주는 고급스런 지적 유희에 도전할 순서다. 우선 다소 딱딱하지만 두 책을 숙제하듯 읽길 권한다(B1, 2). 노벨상을 받은 석학이 생명현상을 DNA라는 미시적 관점에서(B1), 물리학이란 거시적 관점에서(B2) 개념적으로 설명한 고전들이다. 이를 통과하면 진화와 게놈의 갈래 길에 마주친다.
먼저 진화론 등 사회생물학의 길. 우선 생명현상 일반의 개념을 정리하고(B3), 가장 유명한 진화론 개설서(B4, 5)를 정독하자. 힘들이지 않고 인간 본질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사회생물학의 정전으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C1)를 온전하게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간 게놈프로젝트(HGP)로 유명해진 분자생물학의 길. 세포와 생식에 관련된 개념을 탄탄하게 만든 다음(B6), 최근 분자생물학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를 예측한 두 책(B7∼8)을 권한다. 23쌍 염색체에 담긴 인간생명 설계도의 구체적인 전모는 ‘게놈∼’(C3)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인문학에 발을 걸친 독자라면 생명과학과 인문과학이 몸을 섞는 인접 학문분야에 끌릴 것이다. 생물학을 인류학에, 혹은 인류학을 생물학에 접목시킨 두 책(B1, 2)은 대학에서 필독교양서의 고전이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인문학 영역에 대한 생명과학 진영의 ‘침범’이 빈번하다. 사랑의 심리학을 생물학적 시각으로 설명하거나(B12), 아름다움의 본질을 진화론으로 풀이하려는 시도(B11)가 그런 예다.
또, 철학과 만나 인지과학의 미답지를 개척하거나(C4), 진화생태학의 개념으로 지역별 인간 집단 간의 문화적 사회적 차이를 설명하면서 역사의 과학화를 도모한다(C5). 나아가 사회생물학은 이타성 등과 같은 철학적 윤리 이론을 재구성하는 거대한 시도도 주목할 만한다(C6).
한편 최근 생명공학 기술혁명에 대한 우려 역시 곱씹어볼 만하다. 특히 이에 대한 불길한 징조를 문명사적으로 진단하거나(C8), 인체의 부분들이 상품으로 전락해 가는 충격적인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C7) 책이 대표적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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