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새벽 1시(한국시간) 이집트4개국 대회에서 한국과 첫 경기를 벌일 상대가 바로 이란이기 때문.
이란 축구대표팀은 크로아티아 출신의 ‘명장’ 미로슬라브 블라제비치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구 유고연합에서 독립한 조국 크로아티아를 이끌고 첫 출전한 98프랑스월드컵에서 세계축구팬들을 경악시키며 일약 팀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린 ‘마에스트로(거장)’다.
그런데 히딩크감독은 왜 블라제비치 감독과의 대결을 앞두고 강한 투지를 불태우는 걸까.
갚아야 할 큰 빚이 있기때문.
히딩크 감독도 98프랑스월드컵 당시 조국 네덜란드의 사령탑을 맡고 있었다. 4강까지는 승승장구. 하지만 우승후보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브라질과 전후반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4로 져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경기내용은 일방적인 우세였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은 ‘운이 나빴다’며 선수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히딩크 감독의 자존심은 3-4위전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한수아래라고 생각했던 크로아티아에 무릎을 꿇고 만 것.
선제골을 넣었지만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내주며 막강 ‘오렌지군단’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대회가 끝나고 히딩크는 쓸쓸히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블라제비치는 조국 크로아티아의 ‘영웅’이 되었다.
그후 약 2년 반의 세월이 흐른 지난해 11월 히딩크는 2002 월드컵 공동 주최국인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2개월 후 블라제비치도 아시아의 축구강국중 하나인 이란 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히딩크가 월드컵 16강진출의 염원을 바라는 한국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블라제비치도 2회연속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이란국민들의 희망봉이 됐다.
그리고 두 감독은 98프랑스월드컵 3-4위전 이후 이집트에서 처음 격돌한다.
히딩크 감독으로선 자존심을 회복 할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
히딩크 감독은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속이탄다. 블라제비치 감독도 알리 다에리(헤르타 베를린) 마다비키아(함부르크) 등 해외파 간판스타들이 제외돼 최상의 조건은 아니다.
결국 승부는 두 감독의 머리싸움으로 결판난다. 히딩크 감독이 가슴한켠에 쌓아두었던 구원을 갚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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