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가 금은 등 금속류를 제치고 유통화폐가 된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중국의 ‘문헌통고’에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사천에서 사용되던 철전(鐵錢) 중 큰 것은 무게가 1000개에 25근, 중간 것은 1000개에 13근이었다. 그 무거운 것들을 지니고 다니기 어려워 민간에서 어음이 생겼고 결국 관청이 이를 맡아 수표체제를 지속했다.’ 또 한편 땅덩어리가 넓은 중국에서는 지역끼리 서로 교환이 안되는 통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 수표형태의 공인된 지폐의 필요성이 일찌감치 대두됐다고 한다.
▷기본적 경제이론은 돈이 대략 네 가지의 기능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교환수단이자 지불수단이고 저장수단이며 가치의 척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폐나 주화를 쓰면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깃털돈, 소금돈, 옷감돈 등 이른바 원시화폐를 여전히 사용하는 일부 부족들은 이런 돈의 개념을 이단적이라고 배척하며 이런 주장을 한다.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는 주화, 지폐는 오래둬도 썩지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음식물처럼 나눠 가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서 간직함으로써 인간성을 버리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6월 화폐박물관 개관에 맞춰 지폐 2장이 이어진 ‘연결형 은행권’을 발행한다는 보도다.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등 3종을 만들며 가격은 액면가의 두배 정도 된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소장용 내지 기념품으로 발행하는 것이지만 소장자가 원한다면 유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장수단으로서만 기능하는 화폐가 등장하는 셈이다. 문득 원시화폐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생각나 이런저런 돈의 얘기를 해봤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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