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왕따 공정위’

  • 입력 2001년 4월 22일 18시 35분


요즘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산업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명분이 약하고 정치적 의혹까지 받고 있는 신문고시(告示)를 부활하기 위해 공정위가 각종 ‘무리수’를 둔 뒤 나타난 모습이다.

진념(陳稔)경제부총리는 최근 기자들에게 ‘경제부총리와 공정거래위원장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정위 업무 중 일반적인 경제정책은 재경부와 조율을 하고 부총리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신문고시처럼 경제부처 업무성격이 옅은 분야에 대해서는 관계가 없다.”

작년 8월까지 공정위원장을 지내면서 공정위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전윤철(田允喆)기획예산처장관. 99년에 신문고시 폐지를 주도했던 전장관은 공정위가 규제철폐의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신문고시 부활을 강행한 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부처 일선 공무원들의 반응은 더욱 직접적이고 냉소적이다.

‘신문시장의 불공정성을 없애기 위해 자체 판단으로 신문고시 부활을 추진했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수긍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부처 중간간부인 A씨는 “공정위 사람인들 하고 싶어 저러겠느냐”며 “다만 특히 출세지향적이거나 정치성향이 강한 몇몇 간부들이 청와대 기류를 읽고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공정위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데도 차질이 적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공정위 안에서도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앓이’를 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아내가 얼마 전 ‘요즘 당신 부처가 무슨 일을 하기에 그렇게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느냐’고 물어와 괴로웠다”고 말했다.

권순활<경제부>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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