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원회(위원장 박영식)는 23일 정치인과 연예인 등 유명인을 반대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없는 사실을 허위로 소개 또는 왜곡하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시정요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조사결과 명예회손혐의가 명백한 사이트에 대해서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관련 내용의 삭제를 명령하거나 3개월간 이용을 정지시킬 계획이다.
정통윤 이문혁 팀장은 "허위사실 유포나 왜곡 등으로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인신공격하는 것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며 "많은 안티사이트의 게시물들이 허위사실 유포 등과 관련되어 정통윤에 신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팀장은 "정통윤에 신고된 안티사이트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위원회에 회부한 뒤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재차 시정요구도 강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시정요구가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정통부에 요청해 사이트폐쇄를 할 수도 있다.
현재 인터넷상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등 정치인관련 안티사이트와 'NO삼성, 'NOLG', 'Anti한국통신' 등 대기업을 겨냥한 안티사이트들이 활동중이다. 또 전경련, KBO(한국야구위원회), 경실련 등 각종 단체에 대한 안티사이트들도 다수 있다.
정통윤은 지난 20일 안티DJ(antidj.waa.to)에 실린 게시물중 16개를 문제가 있다며 삭제토록 시정요구했다고 밝혔다.
정통윤 관계자는 "김대통령을 TV드라마에 나오는 궁예에 비유한 풍자물 등 사실을 왜곡하는 게시물들을 삭제하도록 요구했으나 사이트 운영자가 거부하고 있다"며 "재차 시정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안티DJ사이트에는 '궁예와 DJ의 공통점' 등 대통령의 인신비난에 가까운 글들이 올라와 있다. 물론 일종의 유머로서 웃고 넘어갈 만한 내용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정통윤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전면적인 안티사이트 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시각은 곱지않다. 특히 이번 조치가 정통부가 추진중인 '인터넷 내용 등급제'부활과 연관있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도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씨는 "안티 패러디 사이트는 그간 표현의 수단이 제약되어 있던 사회적 약자들이 인터넷으로 비로소 자유로운 직접 표현이 가능해진 '민주적 가능성' "이라며 "명백한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은 사이트들을 '불건전'하다거나 '반사회적'이라는 '자의적' 명목으로 마녀사냥하듯이 폐쇄하는 최근 경향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화개혁시민연대의 이원재 정보팀장은 "항상 민간자율단체임을 강조하는 정통윤이 안티사이트에 대해 조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번 조치가 가시화된다면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의 부활을 상징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통윤 게시판의 신준옥씨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당연히 비난할 수 있는 것이 민주국가"라며 "우리나라 국민은 그런 권리가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국명<동아닷컴 기자>lkmh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