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하이닉스반도체 “위기탈출” 주가 펄펄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42분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17일 2430원으로 마감된 주가는 18일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주 사흘동안에만 35% 폭등했다. 23일에도 장중 8% 이상 오르는 등 340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때 40% 이상이었다가 18%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지분율도 1400만주 순매수에 힘입어 다시 21.57%로 높아졌다.

하지만 지나친 증자에 따른 주당순수익(EPS) 감소와 미진한 설비투자는 액면가(5000원) 벽을 뛰어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도위기는 벗어났다”〓증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 상승의 원인이 부도리스크 감소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자본유치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시시각각 만기채권이 목을 죄는 위기상황은 모면한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재정주간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SSB)가 밝힌대로 상반기 중 해외주식예탁증서(GDR)과 하이일드본드 등을 발행해 1조8000억원을 조달하고 유가증권과 본사사옥, 이천폐수처리장 등을 팔아 1조원을 마련한다면 위기는 넘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입장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하이닉스반초체 주가는 디폴트리스크에 심하게 눌려왔었다”며 “외자유치와 자산매각이 성공하고 채권단이 수출환어음(D/A)한도를 10억 달러 수준으로로 유지시켜 준다면 단기 부도리스크는 사라지게 돼 주가는 4000원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하이닉스반도체는 20일 채권단에 전환사채(CB) 1조원을 인수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지난해 12월 지원한 신디케이트론 8000억원의 만기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회사채 차환발행 기한도 1년에서 1년6개월로 연장을 요구했다. 이 요청들이 받아들여 질지는 미지수지만 채권단이 수락할 경우에는 자금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설비투자 재원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도한 증자와 부진한 실적이 걸림돌〓하이닉스반도체가 1조3000억원의 GDR 발행에 성공할 경우 자본금은 현재 2조5000억원에서 4조원 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채권단에 인수를 요청한 1조원의 전환사채까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자본금은 5조원으로 늘어난다. 부채가 자본으로 편입된다면 이자부담이 줄어 이익은 늘어나지만 주당순이익은 절반 가량으로 줄게 돼 주가에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생산원가를 밑도는 D램 가격이 아직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액면가 상향 돌파의 걸림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반도체가 회로선폭을 0.16㎛로 축소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지만 D램 가격이 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주가 상승은 제한적”이라며 “D램 가격이 개당 50센트는 올라야 정상궤도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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