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의 한 레스토랑에서 무용계 인사와 중앙대 무용과 제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를 가졌다.
84년 ‘봄날, 문밖에서 춤’을 국립극장 놀이마당에서 공연, 현대무용에서는 처음으로 공연장을 뛰쳐나온 그는 ‘거리의 춤꾼’이 됐다. DMZ(비무장지대)에서 마라도까지, 그는 긴 머리 채를 휘날리며 맨발로 이 새로운 무대를 누볐다.
이날 제자들의 축하 공연은 레스토랑의 좁은 야외 테라스를 활용한 것이어서 어디에서든 춤을 추는 그의 경력에 어울렸다.
385쪽의 두툼한 이 사진집에는 비디오 아티스트인 남편 이동현씨가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이동현은 “무대 예술은 순간적이어서 공연이 끝나면 사라지는 게 몹시 아쉬웠다”면서 “아내의 곁에서 춤을 줄곧 사진으로 기록하며 지켜본 사람으로 약간이라도 도움을 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28년전 육완순의 제자인 이정희를 처음 만났다는 강원룡 목사는 축사에서 20여년전 자신과 월간 ‘춤’지의 발행인 조동화, 무용평론가 박용구 등 3명이 이정희를 세계적인 무용가로 키우기 위해 세운 ‘작전’을 소개했다.
“취직하면 안되고, 결혼과 출산은 더욱 안된다는 권유였죠. 나중에 이 교수는 대학에 취직도 하고 결혼, 출산까지 하는 바람에 이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한 셈이 됐지요. 그렇지만 전통춤 살풀이를 현대무용에 결합시킨 거리의 춤으로 무용계에 큰 빛을 발했습니다.”
이정희는 “제한되고 준비된 공간이 아닌 자연 속에서의 춤이 원래 춤 본연의 모습 아니냐”면서 “생활 속으로, 사람 속으로, 자연 속으로 찾아가는 춤을 계속 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25주년 기념공연을 갖는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