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고질적인 양쯔강(揚子江)의 홍수를 막고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94년 양쯔강 600㎞ 하류에 높이 185m, 폭 2331m에 이르는 싼샤댐 공사를 시작했다. 2009년 완공되면 양쯔강 중상류 지역에는 평균 너비 1.1㎞, 길이 6백㎞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호수가 만들어진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도런 노프 교수는 바다로 들어오는 강물의 양이 줄면 동해에서 바닷물이 아래위로 순환하는 대류를 불러온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계산해내 ‘미국 기상학회보’ 2001년호에 발표했다.
노프 교수는 싼샤댐이 완공됐을 때 양쯔강과 황허(黃河)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강물의 양이 10% 준다고 가정했다. 황허는 싼샤댐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농업용수로 지나치게 많이 이용한 결과 최근 강물의 양이 급격히 줄고 있다.
바닷물의 대류는 밀도 차에 의해 일어난다. 지중해에서는 겨울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의해 바닷물이 냉각됨에 따라 표층수가 밀도가 높아져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난다. 과학자들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해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겨울에 발생한다. 노프 교수는 강물의 유입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바닷물의 염분 밀도가 높아져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노프 교수에 따르면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의 양이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1초당 3000㎥만큼 줄면 동해에서 1초당 750000㎥의 바닷물이 심해로 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바닷물의 표층에는 가볍고 따뜻한 물들로 채워지게 된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기온 상승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싼샤댐은 동해뿐 아니라 서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이재학 박사 역시 양쯔강과 황허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강물이 10% 줄면 발해와 서해의 바닷물이 새로운 물로 교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 늘어난다는 것을 계산해냈다.
이 박사는 “서해의 경우 보통 4∼5년 만에 바닷물이 새로 교체되는데 강물의 유입이 줄면 이 시간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환경오염 물질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 11∼13일 제주도에서 한반도 연근해를 연구하는 각국의 해양물리학자들이 개최한 워크숍에서 발표됐다.
남중국해에서 대륙붕이 끝나는 곳에서는 먼바다에서 유기물질이 대륙붕으로 치솟아 올라오는 현상이 있다. 대만의 첸―퉁 아서 첸 교수는 지난해 2월 ‘지구물리연구회보’에 강물의 유입이 10% 줄면 이렇게 유입되는 유기물질의 양도 9%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기물질 유입량이 줄면 해양생태계는 그만큼 영양공급을 못 받게 돼 해양생물의 생산성이 줄어들어 어종과 어획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