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주영화제 추천코스 2. 거장의 영화들

  • 입력 2001년 4월 26일 17시 52분


오마주 상영작, 파스빈더의
오마주 상영작, 파스빈더의 <카젤마허>
코스2. 거장의 이름 앞에 경배

거장은 달리 거장이 아니다. 평생 자기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편차 없는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의 영화라면 신뢰할 만하다.

작가주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오마주 섹션 상영작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마주(존경)를 바치는 감독은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전설적인 일본의 다큐멘터리스트 오가와 신스케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등으로 잘 알려진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는 수많은 문제작들을 남겼으나 약물과용으로 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대표작 중 <카젤마허> <중국 룰렛> <사계절의 상인> 등 15편의 영화가 오마주 섹션을 통해 상영되며 '일본 농민의 영화동지'로 불렸던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작 <산리츠카> <일본국 후루야시키 마을> <영화마을로 가는 길> 등이 또 다른 오마주 섹션으로 묶여 상영된다.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 권의 철학서를 방불케 하는 그의 영화엔 다른 영화에선 볼 수 없는 비범함이 있다. 영화 문법을 완전히 해체하고 그 위에 전복적인 화두를 덧입히는 그의 영화세계는 한마디로 엽기적이다.

피칠갑된 공포영화의 속성을 뒤집은 <지옥의 경비원>, 정령이 깃든 나무 '카리스마'를 사이에 두고 분열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본 <카리스마>, 초능력을 지닌 주부의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강령>, 10년간 의식을 잃었던 남자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인간합격> 등이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에서 상영된다. 구로사와 기요시는 이번 영화제 중 전주를 방문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혁명을 이끌었던 장 뤽 고다르의 영화도 이번 영화제를 통해 3편이나 상영된다. 고다르의 초창기 대표작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과 <중국여인>, 98년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아 노년의 고다르가 스크린 위에 영화 역사를 기술한 <고다르-영화의 역사> 등이 바로 그것. 이밖에 '포스트 68' 섹션에서 상영되는 자크 드와이용의 <01>도 거장의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감독들이 자신의 마음 속 거장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영화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감독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들을 상영할 회고전 섹션에서는 전주영화제가 오마주를 바친 오가와 신스케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포함되어 있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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