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바이오테마, '주가 따로, 기술개발 따로'

  • 입력 2001년 4월 27일 14시 17분


최근 급등했던 마크로젠 등 코스닥 등록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는 자체적인 기술개발보다는 나스닥강세 등 외부적인 요인에 힘입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코스닥 등록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것은 나스닥의 생명공학주 상승에 영향을 받은 단순한 현상일 뿐 이 기업들의 실적이나 밝은 전망때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로젠(대표 서정선)의 경우 지난 26일 신약개발관련 업체 ‘씨트리’와 신약개발에 관련된 전략적 제휴를 발표해 2만6200원서 2만93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그러나 결국 27일 다시 2만610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제휴의 내용은 마크로젠이 추진 중인 한국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의 결과와 씨트리의 신약 개발 기술을 결합해 기존 12.5년의 신약개발 기간을 5년으로 낮추겠다는 것.

그러나 학계에서는 게놈 정보 이외에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는 ‘단백질체학’의 연구자료가 축적돼있지 않아 이 회사의 주장처럼 신약개발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지는 알수 없다는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중견 바이오 업체의 한 연구원은 “유전자 지도 발견으로 신약 개발 기간이 단축될 전망이지만 게놈 연구 및 단백질 연구를 산업화하기에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라며 "갑자기 신약개발기간을 절반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물 백신을 만드는 대성미생물연구소나 생체신호의료기기를 만드는 바이오시스 등의 생명공학 업체의 주가상승도 기술력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들 주가 역시 단순히 나스닥에서의 생명공학주가 상승한데 따른 동조효과에 불과하다는 것.

대성미생물연구소의 경우 지난 11일 11만7500원에서 26일 13만6000원으로 주가가 큰 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대성 닭 ND·티프스 겔백신’ 등을 지난 1월에 시장에 내놓았을 뿐 뚜렷한 신기술이나 신제품개발계획을 내놓고 있지 않다.27일 종가는 12만9500원.

바이오시스도 지난 11일 2430원에서 26일 3240원으로 주가가 30% 정도 올랐지만 대주주인 메디슨의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은데다 최신이라고 할만한 제품이 지난해 3월 내놓은 다기능 환자 감시 장치 ‘가디안’ 정도여서 주가에 영향을 줄 뚜렷한 요인을 찾기 힘든 현실이다.이런 여파로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 27일 2950원으로 마감됐다.

메리츠증권의 박원민 연구위원은 “대성미생물연구소 등의 올드 바이오업체뿐만 아니라 마크로젠과 같은 순수 바이오 벤처는 아직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어서 자체요인보다는 나스닥 주가와 시황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달에 인바이오넷이 코스닥에 등록하고 연말에 바이오 기업들이 3~4개 더 등록돼야 테마주를 형성해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희웅<동아닷컴 기자>heewo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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