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리지 캐피털에 인수된 제일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풋백옵션(Put―Back Option·추가로 발견된 부실자산을 되사주는 조건)에 따라 1조원의 추가 지급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국제기관에 중재를 신청했다.
금융계 일각에선 대출기업의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화된 책임을 모두 정부로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제일은행은 풋백옵션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3월30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A·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에 중재를 신청했다.
제일은행과 예보는 ICA에 중재인을 추천해 현재 심사를 받는 중이다. 양측은 중재결과를 반드시 따르도록 돼 있고 중재신청 대상금액은 1조원(70여건)에 달해 예보가 질 경우 고스란히 국민부담으로 전가된다.
정부는 99년 매각 당시 일반여신은 내년 말, 워크아웃여신은 2002년 말까지 추가로 부실화된 자산에 대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한 바 있다.
제일은행에는 이미 △출자 4조9586억원 △자산매입(풋백옵션 포함) 6조6700억원 △부실채권매입 2조8837억원 등 무려 14조5123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제일은행은 이처럼 부실대출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작년에 7500억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올렸고 순이익은 2482억원이나 됐다. 이는 국민 주택 신한은행에 이어 4위 수준.
그러나 과거 5년간의 누적손실을 공제해주는 이연법인세 회계제도 덕택으로 법인세 582억원을 오히려 돌려받게 됐다.
제일은행은 그동안 위험도가 높은 기업여신을 줄이고 안정적인 가계대출은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취했기 때문에 당초 기대했던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예금보험공사 고위관계자는 “매각 당시 남아 있던 여신 14조3000억원에 대한 손실보장 범위와 시기가 쟁점”이라며 “국민세금을 지켜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은행은 “중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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