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이 외면한 집권여당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43분


4·26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 결과는 집권 민주당에 냉엄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7개 선거구중 후보를 낸 4곳에서 모두 패한 것은 민심이 집권당을 떠나가고 있음을 확인시킨 것이다. 특히 지역정서상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던 전북 2개 선거구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에게 패배해 민심 이반이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일부의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선거는, 비록 지방선거일지라도 국정운영의 잘잘못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묻는 행사다. 그 점을 의식해 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의 총력지원을 해놓고도 선거에서 지자 그 의미를 축소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자세다.

정부 여당의 실정 탓에 완패했다고 자인하지는 못하더라도 민주당은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민심을 되돌리려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경제는 제 궤도에 올리지도 못하면서 상생의 정치는 외면하고 의약분업 등 면밀한 준비없이 내놓은 정책들이 국민의 원성을 사게 돼 선거 패배로 귀착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연초부터 외쳐온 ‘강한 여당’ ‘강한 정부’ 주장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오기의 정치’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대우차 노조 과잉 진압 문제에 미적지근하게 대처한 점, 개혁을 한다면서 개혁입법의 처리에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인 점, 작은 승부에 집착해 사사건건 야당과 마찰을 빚었던 부분 등이 민주당에는 선거악재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은 총합적 정치 행정의 실패 탓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은 갈수록 깊어지는데도 전력을 다해 이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비판적 목소리에 적대적 감정적 대응을 한 것이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때 이른 당내 대권경쟁도 민심 이반에 한몫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집권 세력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는 한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정부 여당은 이번 선거결과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이 바라는 바를 다시 점검해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수와 힘의 정치로 밀어붙이기보다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어루만지는 정치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야당과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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