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9회 우승과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에 빛나는 ‘영원한 승부사’ 김응룡 감독(60·삼성). 이제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남들보다 한수 앞을 내다보는 노감독의 용병술은 날이 갈수록 더욱 빛이 나고 있다는 평가다.
주초 대구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은 이런 김감독의 무식 과격하면서도 자로 잰 듯한 치밀함이 돋보였다.
먼저 24일 첫 경기. 6―7로 뒤져 있던 롯데의 9회초 공격. 1사후 호세 타석 때 3루에 있던 최정우 주루코치가 삼성 마무리투수 리베라가 자꾸만 공에 흙을 묻힌다며 공을 바꿔야 한다고 심판에게 주문을 했다.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리베라는 바로 다음 투구 때 호세로부터 동점홈런을 얻어맞았다.
이에 화가 난 리베라는 최정우 코치에게 송진가루백을 집어던졌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와 일촉즉발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김응룡 감독은 바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100㎏의 거구가 마치 바람에 솜가루 날리듯이 나타나 심판진에게 “선수를 밀친 상대 코치는 놔두고 왜 리베라만 경고를 주느냐”며 오히려 리베라가 머쓱해 할 정도로 한바탕 소동을 피웠다.
결국 리베라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며 예전의 위력투를 되살렸고 삼성은 9회말 강동우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8―7로 승리.
25일 경기는 삼성이 4―5로 지긴 했지만 김감독은 이날 올시즌 최고의 공을 던진 롯데 선발 박지철을 조기에 강판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박지철은 3회 삼성 김수관 타석 때 오른 무릎에 통증을 느껴 잠시 더그아웃으로 퇴장. 그러자 김감독은 양손을 허리춤에 찔러 넣는 특유의 자세로 득달같이 달려나가 장진범 주심에게 “왜 심판이 따라가지 않느냐”며 신경전을 벌였다. 박지철은 곧이은 4회 1실점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겨울 임창용을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지에서 중도 귀국시킨 것을 비롯해 코치들에게 뛰어서 숙소까지 오라는 등 ‘칼바람’을 일으키며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하다는 모래알 구단 삼성을 한손에 휘어잡은 김감독. 한국시리즈 6수생 삼성이 꿈에도 그리던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느냐는 바로 그의 손에 달려 있다면 지나친 말일까.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