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아내여 항복하라

  • 입력 2001년 4월 27일 19시 09분


◇아내여 항복하라/로라 도일 지음/서현정 옮김/341쪽, 7800원/그린북

이 책의 결론은 간단하다. “아내여, 남편에게 항복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드라마 ‘아줌마’에 환호했던 이 땅의 아내들에겐 “웬 시대착오적 발상이냐”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올해 초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10위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아내가 남편에게 어떻게 항복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서다. 우선 잔소리하거나 바가지 긁는 것은 절대 금물. 남편이 무슨 일을 하건, 무슨 얘기를 하건, 아내는 그저 우아하게 지켜보다가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한 마디만 해주면 된다.

특히 남편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할 때일수록 더욱 반대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아내의 생일 선물로 엉뚱한 것을 사온다고 해도 얼굴을 찌푸리거나 당장 바꿔오라는 말을 하지 말고 고맙다는 말을 거듭하며 받아야 한다는 것.

이 정도면 두 손 두발 다 들고 항복한 게 아닐까? 저자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주장한다.

“자, 아내여, 집안의 경제권도 남편에게 넘기세요.” 설사 맞벌이를 하고 있더라도 모든 걸 남편에게 맡긴다. 돈이 필요하면 남편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 즉 남편이 주로 돈을 내던 데이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요컨대 책임이 따르는 모든 일은 다 남편에게 맡기면 만사가 OK. 그러면 남편은 가족을 직접 부양한다는 자부심에, 아내가 자신을 믿고 존경한다는 뿌듯함에 과거보다 더욱 가정에 충실해진다. 그리고 아내는 공주가 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항복해도 마찬가지 아냐”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남성은 보호해주고 여성은 보호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여자의 항복’이 당연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이 시대착오적인 헛소리인지, 교묘한 남편 조종술인지, 아니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한 새로운 결혼관인지는 독자 여러분이 판단하시도록. 단 △때리는 남편 △자녀를 학대하는 남편 △중독자 남편 △바람피우는 남편의 경우에는 항복하지 말고 벗어나야 한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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