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의 꽃은 역시 그림책, 최근 들어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좋은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그램책을 골라 소개한다. 모두 스테디셀러이며 초등생은 물론 어른이 함께 읽어도 좋은 책들이다.
‘우리 순이 어디 가니’는 미처 책을 펼치기도 전에 환한 햇살이 쏟아지는 고향땅 봄 들녁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잔잔하고 고운 파스텔풍 그림속엔 복숭아꽃, 살구꽃이 활짝 피었고 순이는 그 꽃길을 간다. 자박자박 타박타박.
‘숲속에서’는 무성한 푸른 숲의 향기를 양껏 들이마실 수 있다. 서울에서 온 샘이가 숲을 만나고, 그 숲을 닮은 아이들과 친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동심은 아이들만 가진 것이 아니다.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에는 길을 건너야하는 오리들을 위해 차를 세우고 기다려주는 어른들이 있다. 오리와 사람의 시점을 자유롭게 오가며 보여주는 갈색 콘테 그림은 한편의 흑백 필름처럼 신선하다.
‘나무는 좋다’는 생생한 원색과 담백한 흑색선을 잘 조화시켜 낸 그림책이다. 스스로를 ‘의식 있는 나무’ 라고 말하는 작가답게, 간결하고 능숙하게 나무가 함축하는 의미를 던져준다.
‘목욕은 즐거워’에는 김이 뭉실뭉실 나는 글과 그림이 있다. 커다란 하마의 몸을 썩썩 비누칠해주는 상민이의 바알간 볼을 보면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집 나가자 꿀꿀꿀’ 은 책을 펼치자마자 약도가 나온다. 아기 돼지 세 마리가 ‘다른 집 아이가 되기 위해’ 집을 나가 들른 곳을 차례로 표시한 것이다. 결국은 출발점인 집으로 되돌아오는 귀여운 가출이 살아있는 연필선과 부드러운 담채에 생생하게 담겼다.
‘오스카만 야단맞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친구를 가진 아이에게’ 주는 기발한 책이다. 오스카의 눈에만 보이는 친구 ‘빌리’는 늘 말썽을 부린다. 그리고 그 꾸중은 언제나 오스카 몫이다. 야단맞는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과 화를 내는 어른의 얼굴이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실감나게 대변한다.
‘구름나라’는 아름다운 사진에 등장인물들을 오려붙여 만들어낸 독특한 그림책이다. 하늘 저 높은 곳에서 구름 나라에 사는 아이들과 노래하고 춤추는 주인공의 모습이 환상적이다.
‘쥐돌이는 화가’는 우연한 기회에 ‘무엇이 되고 싶어지는가’를 결정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잘 그려냈다. 미술관에서 만나는 여러 그림의 설명과 곳곳에 등장하는 아이의 그림도 좋다.
‘우리 몸의 구멍’은 까맣고 동그란 원에서 시작된다. 그 원 밑에 ‘어, 이게 뭐지?’라고 씌여진 첫 페이지를 넘기면 우리 몸에 있는 온갖 구멍들이 차례로 나타나 호기심을 자극한다.
‘아씨방 일곱동무’는 옛 수필 ‘규중칠우쟁론기’를 다시 쓰고 그린 작품이다. 한국화풍의 단아한 그림이 앙징스럽고, 일곱 동무가 차례로 하는 이야기를 운율에 맞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래나라 동동’은 우리의 전래동요를 실꾸리에서 풀어내듯 노래하는 책이다. 다양한 화면구성이 노래 가락 몇 쯤은 저절로 나오게 한다. ‘한조각 두조각 세조각’은 글자가 없다. 조각보의 조각수를 보면서 숫자를 익힐 수 있는 이 작품은 항라, 공단, 삼베등의 자연색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돌멩이도 춤을 추어요’는 정말 독특한 분위기를 가졌다. 형형색색의 돌멩이들을 책 위에 올려 놓은 듯 한 이 책을 보면 머릿속이 맑아져서 돌멩이가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할머니’ 도 슬그머니 웃음이 배어나오게 하는 작품이다. 바쁜일들 때문에 책읽기를 계속 미뤄야 하는 할머니의 안타까운 마음이 부드럽게 날리는 은회색의 머리칼과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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