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박영호(朴永浩) 판사는 13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소극적 안락사의 허용여부에 대한 소고’라는 논문을 통해 “인간은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끝낼 권리가 있는 만큼 소극적 안락사는 어느 시점에 가서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판사는 “소극적 안락사는 생명을 유지할 정상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거나 현재 시행 중인 생명유지 조치를 중단해 목숨을 잃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우리나라도 가망 없는 환자에 대해 가족들이 퇴원을 요청하면 병원이 이를 허락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소극적 안락사가 시행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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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판사는 이어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본인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일정한 요건하에 이뤄지는 소극적 안락사는 세계 각국이 전반적으로 인정하는 추세이고 적극적 안락사 역시 인정하는 쪽으로 입법이나 판례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판사는 “만일 소극적, 적극적 안락사가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인정될 경우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환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그러한 생명들을 안락사라는 미명하에 살인할 수단을 마련해 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므로 입법이나 윤리지침보다는 법원 판례를 통해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