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주숙/경제 어려울수록 모성보호 필요

  • 입력 2001년 4월 30일 20시 08분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은 하되 시행은 2년 연기한다는 '양다리 해법'이 나왔다. 출산은 여성, 또는 여성근로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대계라면 건강한 출산과 육아는 천년대계로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공연히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제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은 통과돼야 하고 약속대로 7월 1일부터 시행돼야 한다. 시행 연기론에도 일리가 있지만, 국가의 재정 지출에는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하고, 우리의 경제 규모도 출산 육아 휴직비용을 감당할 만하다. 정부가 약속한 정책을 어정쩡하게 미룰 때 발생할 사회적 혼란도 예상해야 한다. 기업도 경제가 위기일수록 건강한 노동력과 국민의 이해가 중요한 만큼 모성보호를 진작하고 투명 경영을 통해 국민과 여성의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유럽국가들의 모성보호법 제정도 그들 나름의 경제위기나 인구위기에서 출발했다. 출산율이 급감해 노동력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고 경제도약을 위해 남녀를 가리지 않는 양질의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에 사회보장법을 제정하며 난국을 돌파했고 영국은 2차대전 당시 폭격의 위험 속에서 복지국가를 설계하고 가족정책을 제시해 국민 대통합을 이룬 점을 기억한다면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우리도 국민통합과 남녀 전체 노동력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도약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안에서 반드시 얻을 것과 타협의 여지가 있는 내용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출산휴가를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1세 미만 아동이 있는 경우 육아휴직 급여로 급여의 30%를 고용보험에서 지급한다는 내용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 출산 후 1년간 부모 중 한명이 휴직하고 급여의 80∼90%를 받으며 아동이 8세가 될 때까지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이 제도로 고급 여성인력이 사장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고 있다.

태아검진 휴가 및 유산 사산 휴가를 신설한다는 내용은 이미 노동부 행정지침으로 시행돼온 것이므로 노동부의 강력한 시행을 먼저 촉구할 일이다. 재계도 여성근로자의 건강관리 차원에서라도 유산 사산 휴가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될 것이다.

다만 생리휴가 존폐에 관한 사항을 양보할 수는 없을까? 여교수로서 이 제안을 하기에는 실로 힘겹다. 생리휴가가 잠시도 몸을 빼낼 수 없는 작업현장 여성근로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때로는 여성근로자의 임금 보전 기능도 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것을 다 얻으려다가 중요한 것까지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과, 출산 및 육아의 존엄과 성스러움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여성근로자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제안한다. 물론 건강 및 임금 확보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자녀 출산은 여성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다. 여성인력은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돼야 한다. 경제가 위기일수록 모성보호와 여성인력 활용이라는 두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김주숙(한신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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