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승권(金勝權) 연구원은 지난해 전국 15∼44세 기혼여성 중 임신경험이 있는 1만3429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 63.8%는 ‘정상적으로 출산했다’고 응답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비해 24.1%는 ‘낙태시술을 받았다’고 말했으며 나머지는 ‘자연유산’(9.7%), ‘사산’(0.3%) 등의 순이었다.
또 현재 자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시술로 태아를 없앤 경우가 7.5%였다. 특히 이 가운데 두 번 이상 낙태한 경우도 2.9%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혼여성이 처음으로 낙태시술을 받은 것은 첫번째 임신 때가 21.9%, 두 번째 임신 때 38.6%, 세 번째 임신 이후가 39.6%였다. 한편 기혼여성의 낙태율은 보사연의 98년 조사(26.1%)에 비해 약간 감소한 것이다. 기혼여성의 낙태 건수는 90년 이후 계속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김연구원은 자녀가 없는 기혼여성의 낙태 이유는 △직업 유지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 △‘신혼’을 오래 즐기기 위해 △임신 전후 음주 흡연 약물복용 등으로 기형아 출산 우려 △혼전임신 은폐 등이었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M산부인과 조모박사는 “첫 임신 때 낙태를 하고 곧바로 직장생활을 하면 여성건강에 심각한 지장이 있으며 불임과 각종 여성병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김연구원은 “미혼여성의 낙태 실태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는 조사가 없는 상태이지만 기혼여성의 통계만 보더라도 낙태에 대한 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