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가진 소프라노 제시 노만이 색다른 요구조건을 내놓아 주최측을 당황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은 △자신의 호텔 객실에 일체의 꽃을 포함한 식물류를 두지 말고 향수를 뿌리지 않을 것 △반주자의 악보를 넘기는 ‘악보도우미’가 검정색의 수수한 옷을 입고 역시 향수를 뿌리지 않을 것 등을 요구했다.
꽃과 향수는 성대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어찌 보면 온당한 요구일 수 있는 일. 그러나 노만은 여기 덧붙여 “연주회장 내에 에어컨을 틀지말고 실내온도를 18∼19도에 맞춰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요즘 날씨로 볼 때 관객이 들어찬 상태에서 공기조절을 하지 않을 경우 실내 온도는 30도에 육박하게 된다. 결국 예술의 전당은 노먼과 협의 끝에 ‘온도’부분에 대해서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대신 청중들은 공연 내내 땀을 흘려야 했다.
우리나라의 4∼6월은 성악가들의 알레르기 반응이 잦은 계절. 1999년 5월에는 소프라노 홍혜경이 고국을 찾았다가 독창회 하루 전인 5월6일 후두염이 심해져 연주를 취소하고 미국으로 출국한 적이 있었다.
홍혜경은 비슷한 계절인 이달 12일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어서 공연 관계자들이 ‘2년만의 후두염 재발’을 은근히 걱정하고 있다.
방송출연 등 일정이 빼곡했던 2년 전과 달리 홍씨가 올해는 짤막한 기자회견에 이어 바로 공연만 갖기로 한 것도 그 때문.
성악가 중 공연과 관련,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인물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대표적이다. 파바로티는 분장실에 타월 종류와 숫자, 준비할 음료수 이름, 심지어 갖춰놓을 비디오 영화의 제목까지 반드시 계약서에 담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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