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아르헨-프랑스를 주목하라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40분


나같은 유럽 사람은 성취욕이나 인내에 대해 한국 사람들에게 말할 부분이 전혀 없다.

나는 2주 전 이봉주 선수가 보스턴마라톤에서 세계 최강의 선수들을 누르고 우승의 영광을 한국인들과 두달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바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또한 나는 2년전 세비야 거리에서 772번을 단 북한 여자선수가 폭염속에서 세계 최고의 여자 건각들을 따돌리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제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북한 스포츠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로서는 누구도 정성옥의 우승을 예견하지 못했다.

한국과 북한은 비록 갈라져있지만 똑같이 불타는 스포츠 정신을 갖고 있고 아울러 스포츠를 통해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나는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중 한 경기를 평양에서 열어야한다는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소망을 처음부터 지지해 왔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 국가들은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내가 이미 브라질 조차 휘청거릴 것이라고 예고했던 남미 지역예선은 그 자체가 길고도 긴 마라톤이다.

현재 지구 남반구에서 최고의 팀인 아르헨티나는 지난주 볼리비아와 3―3으로 비기면서 스포츠 정신 이상의 뚝심을 선보였다. 아르헨티나가 라파즈구장에서 승점 한 점을 따내기위해 얼마나 큰 용기와 체력, 자긍심을 필요로 했던지를 설명해야겠다. 경기가 열린 라파즈구장은 해발 3600m의 고지대였다.그런데 아르헨티나는 이곳에 대한 적응 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 결과 다리는 휘청거리고 심장은 터질 것 같았으며 근육엔 경련이 일었고 폐는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 종료 2분과 로스타임만을 남겨둔 채 1―3으로 지고 있던 아르헨티나는 순식간에 두골을 뽑아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아르헨티나는 내년에 100% 한국 혹은 일본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라파즈가 이미 목격한대로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긍심과 투지에 넘쳐있다.

그러나 단언은 하지 말자. 지난주 수요일 나는 역시 챔피언 프랑스의 뛰어난 경기력과 자긍심을 목격했다.

프랑스대표팀 ‘레 블뢰’(파란색 유니폼에서 딴 대표팀 애칭) 선수들은 모두가 수백만장자다. 또한 모두가 국가에서 가장 영예로운 훈장을 받았고 고향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일부는 축구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더욱이 그들은 예선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 월드컵 우승국인 레블뢰는 자동으로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의 신호탄을 쏘게 된다. 자만심이 스며드는 것은 당연하고 특히 친선경기를 치르는 입장에선 힘을 낭비하지 말자며 느슨해지기 십상이다.

바로 그 점이 함정이다. 스포츠맨이 승부에서 느슨해지기 시작하면 이미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프랑스는 이 점을 알았고 로저 레메르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가 지난달 발렌시아에서 열린 스페인전에서 최근 5년동안 치른 81경기중 세 번째로 패했을 때 우리는 반응을 살폈다.

응은 지난 수요일 파리 인근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즉각 나타났다. 레블뢰는 세계 5위인 포르투갈을 인정사정없이 농락했고 4―0으로 승리했다. 지네딘 지단은 루이스 피구에게 ‘내가 바로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듯 위풍당당했다.

프랑스가 한 번도 만족스런 스트라이커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공격 라인에서조차 티에리 앙리와 실뱅 윌토르의 스피드와 파괴력은 포르투갈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결국 변덕스러웠던 4월에, 월드컵까지 1년 이상을 남겨둔 시점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주목할 팀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두 팀에 대한 기대감에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2002년이 기다려진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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